사망퇴직금과 생명보험금, 상속포기 후 수령해도 괜찮을까? [세종의 가사분쟁 솔루션]

입력 2026-07-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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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순간 별도의 절차 없이 개시된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실적인 법적 문제들이 눈앞에 다가오는 셈이다. 상속인은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피상속인의 재산뿐 아니라 채무까지 함께 승계하게 된다. 다행히 민법은 상속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상속을 거절하거나 상속재산의 범위에 한정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제도를 두고 있다.
상속포기, 예상 못한 문제

피상속인의 채무가 재산보다 많다면 많은 유족들이 상속포기를 선택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권은 손자녀에게 넘어간다. 손자녀도 포기하면 다시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에게 차례로 상속권이 넘어간다. 결국 여러 명의 가족과 친족들이 일일이 상속포기 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실무에서는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고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배우자가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부담하면서도 상속권이 다음 순위 상속인들에게 승계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배우자 단계에서 빚의 대물림을 깔끔하게 끊어낼 수 있다.

다만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상속재산을 함부로 처분하면 상속을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되는 ‘단순승인’으로 의제되어 피상속인의 채무 전부를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돌아가신 분의 오래된 차량을 정리하거나 예금을 인출해 소비하는 등의 사소한 행동 하나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상속인의 채무를 통째로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어떤 재산이 상속재산이고 어떤 재산이 상속인의 고유재산인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험은 수익자 잘 살펴봐야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선택한 유족이 처분하거나 수령해도 단순승인으로 의제되지 않는 대표적인 고유재산으로는 사망퇴직금이나 사망퇴직수당이 있다. 피상속인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 법률이나 취업규칙 등에 따라 지급되는 사망퇴직금은 유족의 생활보장을 위한 급여로 그 수령권자 역시 해당 법률이나 취업규칙에서 별도로 정해진다.

따라서 이는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에게 직접 귀속되는 상속인의 고유재산에 해당한다. 군인연금법, 공무원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근로기준법 등 특별법에 따라 지급되는 유족급여 역시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므로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고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된다.

생명보험금은 계약 내용을 조금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생명보험계약에서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이 보험계약에 따라 직접 발생하므로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금을 수령하더라도 단순승인으로 의제되지 않는다. 반면 피보험자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한 보험이라면 그 보험금은 상속재산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해지환급금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해당하므로 함부로 인출하여 소비하거나 처분해서는 안 된다.

장례식에서 받은 부의금은 장례비 부담을 덜어주고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지급되는 것이므로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된다. 한편 피상속인의 벌금이나 추징금은 형벌에 해당하는 일신전속적인 의무이므로 상속되지 않지만,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하여는 집행될 수 있으므로 막연히 상속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상속재산과 채무의 범위를 검토할 때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채무가 많은 상속의 경우,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고려한다면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슬픔 속에서 법적 문제를 냉정하게 따져보기란 쉽지 않지만, 섣불리 재산을 처분하기보다 법률전문가와 상담하여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일수록 첫 매듭을 잘 풀어야 한다. 상속 역시 첫 대응을 잘해야만 남겨진 가족들의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