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부터 먹던 음식인데"…보신탕 대목 맞은 식당 단골 반응 [현장+]

입력 2026-07-25 11:50
수정 2026-07-25 12:20

지난 초복을 맞아 찾은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복날을 맞아 보신탕집이 모여 있는 골목은 점심 손님들로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식당마다 테이블 절반가량이 찼고, 1시간이 지나자 일부 식당은 만석이 됐다. 인터뷰를 청하자 해당 식당 점주는 "지금은 바쁘다. 오후에 다시 오라"며 주문을 받으러 서둘러 자리를 떴다.

식당 외벽에는 '명인의 4대째 이어오는 집', '60년 전통 식당'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식당 안에서는 뚝배기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손님들은 "보신탕 한 그릇이랑 소주 한 병"이라며 주문을 이어갔다. 평일 점심시간이었지만 중장년층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풍경을 보는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2월부터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도살, 유통,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올 여름이 사실상 마지막 보신탕 대목인 셈이다."2살 때부터 먹던 음식인데…금지 앞둔 단골들의 반응 현장에서 만난 손님 중 일부는 대안 없이 나온 금지 정책에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문진경 씨(63)는 문진경 씨(63)는 "2살 때부터 보신탕을 먹어왔다. 이미 머릿속에 그 맛이 박혀 있는데 갑자기 못 먹게 하면 어떡하느냐"며 "외국에 나간 한국인이 김치와 고추장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60년간 보신탕을 즐겨왔다는 문씨의 말처럼 이 골목에는 수십 년 역사를 내세운 식당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개식용 종식을 앞두면서 이들 역시 변화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보신탕집 점주 A씨는 "어제 우리가 몇 시에 문을 닫았는 줄 아냐"며 "오후 8시에 문을 닫았다. 오늘은 복날이라 점심에 이 정도라도 오는 거지 평소에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보신탕집 점주 B씨도 "오늘도 복날치고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다. 평소에는 더 한산하다"고 말했다.



실제 개식용 산업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육견농가는 272곳으로 집계됐다. 법 제정 직후인 2024년 8월(1537곳)과 비교하면 약 82% 감소했다.

서울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 제정 당시인 2024년 2월 전·폐업 계획을 신고한 개고기 취급 음식점은 310곳이었지만, 지난 6월 기준 84곳이 문을 닫아 현재는 226곳만 영업하고 있다.공급업체 줄고 업종 전환…"보신탕 하기도 어렵다" 보신탕집들은 메뉴를 바꾸며 살 길을 모색해 왔다. 동대문역 인근에서 20년간 보신탕을 판매했던 식당은 지난해 5월 보신탕을 메뉴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흑염소를 새롭게 추가했다. 해당 식당 점주인 오선덕 씨(70)는 "지금도 왜 안 하냐고 물어보는 손님들이 있다"며 "법이 바뀌니 흑염소를 들였지만, 보신탕보다는 사람들이 덜 찾는다. 단골들이 있었는데 업종을 바꾸면서 단골이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공급망도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오씨는 "공급 업체가 많이 문을 닫았다"며 "구하려고 해도 개고기가 많이 비싸다. 업체 자체가 줄어드니까 보신탕을 하려고 해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복날 점심시간 신진시장 골목에는 여전히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러나 골목을 채운 '60년 전통' 간판과 단골들의 발걸음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내년 2월 개식용 종식법 시행을 앞두고 보신탕 골목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