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던 시골 마을 대박…'한 집당 76억' 벼락부자 됐다

입력 2026-07-16 12:34
수정 2026-07-16 14:05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고 있지만 공장과 창고 등 다른 상업·산업시설 건설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건축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인력 부족, 장비 조달 지연 등이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전통적인 상업·산업용 건물 건설의 부진을 가리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활발하지만 전체 건설업계 상황은 위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업 건설 지출 줄어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5월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전체 민간 비주거용 건설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했다.

건설업계 단체인 미국건설업협회(ABC)의 아니르반 바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센터를 제외하면 건설 경기를 끌고 가는 분야가 사실상 없다”며 “현재 건설 지출의 저변이 매우 얕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월 제조업용 건물 건설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연율 1740억달러로 집계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의 미국 복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비용 상승으로 인해 일부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망설이고 있어서다. 제조업 시설은 민간 비주거용 건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5월 전체 지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030년대까지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려던 미국의 정책 기조를 폐기하면서 대규모 전기차 공장 건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공장의 경우 기술 인력 부족, 공사비 초과 문제도 건설을 지연시키고 있다. 철강업계도 울상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수요 증가로 혜택을 누린다는 철강업계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한정된 전력을 놓고 데이터센터와 경쟁을 해야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서다. 전력가격 급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커지는 데다 전력 부족이 심화할 경우 조업 차질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나온다.

WSJ에 따르면 전기로를 사용하는 미국 철강업체 메탈러스의 전력비는 2024년 이후 약 70%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연간 비용 부담도 약 1500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 권역의 올해 1분기 도매 전력가격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6% 급등했다. PJM 권역은 미국 중서부 일부와 동부를 담당한다.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배경으로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이 꼽힌다.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체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9.5~15.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JM 권역에서는 2027년부터 전력 수요가 공급을 6.6기가와트(GW) 웃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력난이 현실화할 경우 철강업체가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데이터센터가 우선 공급 대상이 되고, 철강 공장에는 일시적인 가동 중단이나 전력 사용 감축이 요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전역에서 AI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 경쟁이 이어지며 일부 농촌 지역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세일럼 타운십이 대표적 수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구 4000명 남짓한 시골 마을이고 가구 중위소득도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원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는 땅으로 주목받았다. 기존 송전선과 변전소 인프라가 인근 천연가스 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도 연결돼 있어 대규모 전력을 끌어오기 유리하다.

WSJ에 따르면 세일럼 타운십에서만 토지 소유주 96가구가 AI 데이터센터용 매각에 동참했다. 모두 합쳐 1700에이커(약 688만㎡)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인 QTS에 팔았다. 전체 매각 가격은 5억8600만달러였으며, 가구당 평균 550만달러를 손에 넣게 됐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미리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