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가 금싸라기땅으로…AI 열풍이 만든 '땅벼락'

입력 2026-07-16 17:14
수정 2026-07-16 17:21

돼지 농장을 운영하며 근근이 먹고살았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매릴리·데이비드 킬리티 부부. 2년 전까지만 해도 빚에 시달리던 부부는 최근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이들이 갖고 있던 농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부지로 낙점되면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미국 전역에서 AI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 경쟁이 이어지며 일부 농촌 토지 소유주들이 벼락부자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학습용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과 넓은 부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 교외나 농촌에 주로 짓는다.

킬리티 부부가 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세일럼 타운십이 대표적 수혜 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구 4000명 남짓한 시골 마을이고 가구 중위소득도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에너지원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는 땅으로 주목받았다. 기존 송전선과 변전소 인프라가 인근 천연가스 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에도 연결돼 있어 대규모 전력을 끌어오기 유리하다.

WSJ에 따르면 세일럼 타운십에서만 토지 소유주 96가구가 AI 데이터센터용 매각에 동참했다. 모두 합쳐 1700에이커(약 208만평)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인 QTS에 팔았다. 전체 매각 가격은 5억8600만달러(약 8100억원)였으며, 가구당 평균 550만달러를 손에 넣게 됐다.

이로써 벼락부자가 된 주민들은 삶의 판을 바꾸고 있다. 킬리티 부부는 매각 대금으로 빚을 모두 갚은 데 이어 수영장과 농구장, 영화 감상실을 갖춘 새 집을 짓고 있다. 이외에도 주민들은 가구점과 클레이 사격 휴양시설 등 지역 사업체들을 사들이며 매각 대금을 지역에 다시 투자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가 지역 경제 전반에 더 많은 도움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킬리티 부부는 "사업에 포함된 12개 건물마다 상시 일자리 50개씩이 생기고, 건설 일자리도 1500개 넘게 창출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유치로 인한) 지방정부의 세수 확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 전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와중에도, 동시에 일부 주민들은 조용히 데이터센터를 받아들이며 큰 부를 거머쥐고 있다"고 짚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