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창당설이 보수 진영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가 한 의원의 복당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당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커진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1995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창당과의 '평행이론'을 제기되는 가운데, 정치적 기반과 당시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안철수 발언서 촉발…일부선 "DJ 평행이론"
한 의원의 창당설은 지난 12일 안철수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처음 제기됐다. 안 의원은 "(한 의원의 복당 시) 당 전체가 계파 갈등과 소모적 내전에 빠질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보수 및 우파 시민 전체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은 이제 우리 당에는 얼씬도 하지 말기 바란다, 혹시 창당을 생각하고 있다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지난 13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한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이 무산되면 (지역구인) 부산을 기반으로 창당할 수 있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부산이 기반이 아니라 서울이 기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창당이라는 말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창당설이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이에 일부 정치평론가 사이에서는 한 의원의 향후 행보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빗대는 '평행이론'이 거론됐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 '최병묵의 FACT'에서 "딱 평행이론 감이라고 생각한다"며 "1995년 9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는데, 당시 동교동계 의원들은 대부분 이기택 총재의 민주당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 의원의 압도적 다수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김대중이 이기택을 몰아내지 못했고, 몰아낼 방법이 없으니 창당해서 민주당에 있는 DJ계 의원들을 다 빼 왔다"며 "새정치국민회의는 선거도 치르지 않고 갑자기 제1야당이 됐다. 지금이 딱 그때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당권 세력과 충돌한 유력 대선주자가 당내 교체 대신 신당 창당을 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례를 연결한 것이다.◇ "정치적 기반 달라…단순 비교 어렵다"
다만 이런 비교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당 창당에는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교동계라는 탄탄한 계보와 대선 후보로서의 정통성,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이끌 수 있는 정치력을 갖췄지만 한 의원은 여기에 비해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며 "새로운 정당이 성공하려면 기존 정당을 대체할 수준의 세력을 흡수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실질적 골격을 가져오지 못하면 오히려 유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며 창당설을 복당을 위한 압박 카드로 해석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제에서는 양당제가 기본인 만큼 지금은 창당에 유리한 조건이 없다. 자민련처럼 지역 기반이 있거나 바른정당처럼 20명 넘는 현역 의원이 참여한 사례도 결국 한계가 있었다"며 "현재 거론되는 창당론은 실제 창당이라기보다 복당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로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김관옥 시그널정치연구소장은 DJ와의 비교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창당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김 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거론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이준석 개혁신당의 확장성이 정체된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한동훈 중심의 연합 성격 신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 정당의 기반은 결국 대구·경북(TK)인 만큼 그 지역에서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당은 '가시밭길'…투톱 반대에 여론도 부정적
한 의원의 창당설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복당이 사실상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실제 국민의힘 '투톱'은 한 의원 복당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5일 펜앤마이크TV 인터뷰에서 한 의원을 향해 "자신은 계엄을 막고 탄핵을 주도한 사람으로 남고, 추경호 대구시장과 국민의힘은 사지로 몰아넣었다"며 "갑자기 국민의힘에 복당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논리냐"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최근 "지금 복당 시기가 거론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14일 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한 의원의 복당 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돼야 하는지 쉽게 동의할 수 없다"며 "복당하려면 당원과 의원들이 공감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도 한 의원의 복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 성인 20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의원 복당이 국민의힘 쇄신과 보수 재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57.2%였다. 보수층에서도 58.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중도층 역시 부정 응답이 53.4%로 나타났다.
한 의원은 창당설에 선을 긋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한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창당을 권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본인이 창당하신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과거가 아니라, 사적인 정치 공학이 아니라 미래의 승리를 보고 가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ARS 방식으로 휴대전화 100% RDD, 성별, 연령대, 지역별 비례 할당 무작위 추출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