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축구 심판 대리시험 적발…1년 넘게 징계도 보고도 늑장

입력 2026-07-16 11:08
축구 심판 자격증 시험에서 대리시험이 적발됐지만 1년 넘게 징계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심판이 4개 대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서 사라진 가운데 심판 양성 체계의 출발점부터 공정성이 무너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서울시축구협회가 진행한 '5급 축구 신인 심판 강습회' 체력테스트에서 대리 응시가 발생했다.

해당 강습회는 대한축구협회(KFA)가 주최하고 서울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신인 심판 자격 취득 과정이다. 참가자는 이론시험과 체력테스트, 실전교육 등을 통과해야 심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2024년 12월 21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체력테스트에는 응시자 A씨 대신 현역 심판 B씨가 참가했다. 이후 A씨는 최종 합격자로 등록돼 5급 심판 자격을 취득했다. 5급은 동호인 경기의 주·부심을 맡는 입문 단계로, 상위 등급과 프로 심판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관문이다.

A씨는 과거 심판으로 활동했지만 체력테스트 불합격 이후 5년간 등록하지 않아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러 차례 자격 재취득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체력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협회 간사였던 C씨에게 "대신 뛰어줄 사람을 구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C씨는 대리 응시 계획을 당시 심판위원회 간부들에게 사전에 보고해 허락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간부들은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대리시험이 개인 차원의 부정행위였는지, 협회 내부의 묵인이나 공모가 있었는지를 두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후 처리도 부실했다. 서울시축구협회는 2025년 5월 대리시험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들로부터 사실확인서를 제출받았다.

그러나 당시 동호인심판위원회 위원장과 배정국장, 배정부장 등 운영 책임자 3명은 정식 징계 없이 '자발적 사임'으로 물러났다. 대리시험을 부탁한 A씨도 본인의 신청에 따라 은퇴 처리됐다.

대리 응시자 B씨에 대해서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처분 예정"이라는 게 협회 답변이지만, 적발 후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공정위는 열리지 않았다. 현 동호인심판위원장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을 포함한 관련자 5명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상급단체에 대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는 김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해당 사안은 대한체육회 및 대한축구협회에 공식적인 문서로 보고된 사항이 없으며 요구자료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격 발급을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조차 산하 협회에서 발생한 부정 취득 사실을 1년 넘게 알지 못했던 셈이다.

대한체육회는 "서울시축구협회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해 심의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처분 책임이 서울시축구협회에 있다는 취지다.

대한체육회 공정법무실은 대리시험을 부탁한 응시자와 대리 응시자에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상 '체육인으로서의 품위를 심히 훼손한 경우'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운영 책임자들에게는 '직무태만 등 비위'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리시험을 막거나 관리·감독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단순한 관리 소홀인지, 사전에 알고도 묵인하거나 공모했는지에 따라 징계 사유와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자들의 경기인 등록 여부와 당시 직책 등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한국 축구 심판의 국제 경쟁력과 국내 판정에 대한 신뢰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4월 발표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심판진에는 주심 52명과 부심 88명, 비디오 판독 심판 30명 등 모두 170명이 포함됐다. FIFA는 최고 수준 대회에서 보여준 판정의 질과 일관성을 토대로 심판진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단에 한국 심판은 한 명도 없었다.

한국 심판이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정해상 부심이 마지막이다. 이후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2026년 북중미 대회까지 4회 연속 심판을 배출하지 못했다. 일본이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7회 연속 주심을 배출하고 중국이 북중미 월드컵에 주심 1명과 부심 1명을 파견한 것과 대비된다.

K리그에서도 오심과 비디오 판독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 심판의 국제 경쟁력과 판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자격 취득 단계부터 엄격한 선발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는 응시자가 아닌 현역 심판이 체력테스트를 대신 치렀는데도 현장에서 걸러내지 못했다. 부정행위가 적발된 뒤에도 상급단체 보고와 징계 절차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심판 양성 체계의 출발점부터 관리·감독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대리시험이 발생한 뒤 1년 넘게 징계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았고, 대한축구협회가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관리·감독 실패"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일부 응시자와 서울시축구협회의 일탈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심판 강습회와 자격시험, 합격자 등록, 자격 발급과 승급 심사 전 과정에 유사한 부정과 특혜가 없었는지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