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린 美 기업 기후 투자
미국 기업의 기후 투자가 인공지능(AI)과 사이버보안, 디지털 전환에 밀리고 있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다국적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담당 임원 절반 이상이 탈탄소보다 AI 관련 투자를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이후 직접배출(스코프 1) 감축 목표를 세운 S&P500 기업의 58%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목표를 대부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한 지속가능경영 책임자는 4명 중 1명에 그쳤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앤드루 존스 콘퍼런스보드 수석연구원은 “정치적 압력보다 자본 배분이 목표 조정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해 배출량은 25% 늘었다. 버버리는 넷제로 목표를 연기했고 JBS는 가치사슬 전반 배출(스코프 3) 감축 목표를 철회했다. 온실가스 감축 예산이 줄어들면 기후 목표를 철회하거나 미루는 기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EU, 산업 부담에 탄소감축 속도 늦춘다
유럽연합(EU)이 산업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해 배출권거래제(ETS)의 감축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배출총량을 매년 줄이는 선형감축계수를 2031~2035년 연 3.5~3.9%, 2036년 이후 연 2~2.4%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행 연 4.4%보다 완만한 수준이다. 개편안은 17일 공개될 예정이다.
개편안에는 역내 탄소제거량 2억5000만 톤과 ETS 배출총량의 2%에 해당하는 국제 탄소크레디트를 시장에 편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시장안정화준비제도(MSR)의 배출권 흡수율은 24%에서 12%로 낮춰 시장에 더 많은 배출권이 남도록 할 계획이다. EU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철강·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전환 시간을 더 주겠다는 구상이다.
EU 10개국, 난방·수송 탄소세 재검토 요청
이탈리아와 폴란드 등 유럽연합(EU) 10개 회원국이 2028년 도입 예정인 건물·도로수송 배출권거래제(ETS2)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에너지 가격 부담과 지정학적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시민에게 새로운 기후 비용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공동성명을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했다.
ETS2는 난방·수송 연료 공급업체에 탄소가격을 부과해 친환경차와 저탄소 난방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제도다. 독일과 스웨덴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반대국들은 기존 ETS에서도 탈탄소 투자 조건 없이 산업계에 무상배출권을 더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0개국은 EU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대하는 개정안을 저지할 수 있는 표를 확보하고 있어 향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LG엔솔, 구글 최대 ESS에 배터리 공급
LG에너지솔루션이 구글의 역대 최대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수천억원대 배터리를 공급한다. 구글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사이프레스크릭에너지는 14일 ‘스틸 리버 에너지센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SS는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초기 2GWh 규모로 구축한 뒤 2.9GWh까지 확대한다. 구글은 이 사업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 사업에서 생산되는 초기 전력을 전량 구매해 AI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4개 생산거점에 이어 미국 미시간주 랜싱 공장도 연내 가동한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세계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50GWh 이상을 북미에 배치할 방침이다.
중국 ESS, 의무설치 벗어나 가동률 껑충
중국의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가동률이 시장 중심의 정책 전환 이후 크게 높아졌다. 16일 블룸버그가 기후 싱크탱크 엠버 보고서를 인용한 데 따르면 독립형 ESS의 지난해 평균 충·방전 횟수는 299회로 2022년의 두 배를 넘어섰다. 풍력·태양광발전소와 함께 설치한 ESS의 평균 충·방전 횟수도 199회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ESS 설치를 의무화해 설비를 빠르게 늘렸지만 규제 충족을 위해 설치한 시설이 많아 활용도가 낮았다. 지난해 병설 의무를 폐지하고 전력 가격 차익과 계통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면서 독립형 ESS가 확산했다. 중국의 리튬이온 ESS 설비는 올해 1분기 말 150GW에 육박했다. 2030년 설치 목표는 300GW다.
EU, X 투명성 개선안 수용
유럽연합(EU)이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X가 제출한 디지털서비스법(DSA) 투명성 개선 계획을 받아들였다. 16일 로이터에 따르면 X는 플랫폼의 투명성 의무를 강화하고 외부 연구자의 데이터 접근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EU는 시민사회와 연구자가 X의 구조적 위험과 플랫폼이 이용자·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X는 6개월 안에 개선 계획을 이행하고 외부 독립감사를 받아야 한다. EU는 이행 기간 X를 강화된 감독 체계 아래 두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투명성 의무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X가 규제 준수 절차에 들어섰다는 의미가 있다. 유럽 각국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을 확대하는 가운데 플랫폼의 책임과 데이터 공개 요구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PPA, 온라인서 계약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수요 기업을 연결하는 전력구매계약(PPA) 중개플랫폼을 가동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말까지 모의거래를 거쳐 다음 달 초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고 15일 밝혔다. 공급자와 수요 기업은 판매 가능 전력량과 구매 희망 전력량을 등록한 뒤 거래 조건 비교부터 가격 협상까지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다.
국내 PPA 누적 계약은 2023년 13건에서 올해 5월 118건으로 늘었지만 기업이 발전사업자를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여러 햇빛소득마을의 소규모 태양광발전량을 묶어 대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는 공동 PPA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1㎿ 이하 발전사업자의 계량기 설치비를 지원하고 국산 기자재를 사용한 발전사업자와 계약한 기업에는 망 이용요금 지원을 확대한다. 지붕형 태양광의 보증보험료도 지원한다.
내년부터 화물차·버스도 탄소규제
내년부터 화물차와 버스 등 중·대형 상용차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의무 적용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7~2030년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14일 밝혔다. 2027년 총중량 15t 이상 대형 화물차와 트랙터를 시작으로 2028년 중·대형 버스, 2030년 중형 화물차와 덤프트럭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한다.
업체별 감축 목표는 2021~2022년 차종별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2027년 16.5%에서 2030년 30%까지 높아진다. 기준을 초과하면 2027~2030년 온실가스 1g당 5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승용차와 소형 화물차의 배출 기준도 강화된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수소 상용차 개발 부담이 커지면서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U 이중 중대성 평가, ‘양보다 질’로
유럽연합(EU) 지속가능성 공시 2년 차를 맞은 기업들이 이중 중대성 평가(DMA)를 정교화하고 있다고 공시 전문매체 코퍼레이트 디스클로스가 15일 보도했다. 데이터마란이 올해 발간된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 보고서 300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88%가 전년과 다른 수의 영향·위험·기회(IRO)를 공시했다. 48%는 항목을 줄였고 40%는 늘렸다.
기업들은 처음부터 폭넓게 항목을 나열하기보다 사업모델과 산업 특성을 반영해 핵심 주제를 선별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9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82%가 DMA를 수정했으며 기업당 평균 IRO는 30개였다. 다만 기업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지속가능성 주제 가운데 측정 가능하고 기한이 명시된 목표를 설정한 비율은 절반에 그쳤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