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0만원도 거뜬…폭염 특수에 주문 폭주한 여름 가전 [불라방④]

입력 2026-07-17 18:12
수정 2026-07-17 23:05

라이브방송(라방)에서 팔리는 여름 가전의 체급이 달라졌다. 2년 전 30만원에 못 미치던 주문 한 건당 결제액이 올해 80만원 가까이로 뛰면서다. 라방이 손선풍기, 서큘레이터 같이 주로 중저가 제품을 구매하던 채널에서 에어컨 같은 고가 냉방 가전도 거리낌없이 사는 채널로 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경닷컴이 라이브커머스 데이터 플랫폼 라방바 데이터랩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계절가전 라방 거래액은 632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72억5000만원)보다 132% 늘었다. 지난해에도 140.6% 성장한 데 이어 2년 연속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 거래액은 113억3000만원이었다.

주문이 늘어난 속도보다 결제액이 불어난 속도가 훨씬 빨랐다. 올 상반기 계절가전 라방 주문은 8만2146건으로 2년 전(3만9955건)의 2.1배였는데 거래액은 5.6배가 됐다. 주문 1건당 거래액이 2024년 28만4000원에서 지난해 50만4000원, 올해 77만원으로 매년 뛴 결과다. 저가 소형 가전 위주였던 여름 가전 라방의 무게중심이 에어컨 등 고가 제품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에어컨 다음은 제습기…장마가 키운 시장더위만 라방 매출을 올린 게 아니다. 습기와 미세먼지를 잡는 공기 청정·제습 가전의 상반기 라방 거래액은 138억9000만원으로 2년 전(41억9000만원)의 3.3배가 됐다. 지난해 185.3% 폭증한 데 이어 올해도 16.2% 늘었다. 주문 건수는 2년 새 1만990건에서 3만1139건으로 증가했다. 계절가전과 합치면 냉방·제습 계열 라방 거래액은 2024년 상반기 155억2000만원에서 올해 771억2000만원으로 5배 규모가 됐다.

기상 여건도 판을 키웠다. 기상청은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6~7월 강수량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 위험이 커지면서 올해부터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도 새로 도입됐다. 무덥고 습한 여름을 앞두고 냉방·제습 가전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상반기 라방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라방 밖에서도 이미 에어컨 수요는 달아올랐다. 가격 비교 서비스 다나와 집계에서 4월 말부터 한 달간 에어컨 판매량은 전월 대비 385% 폭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른 무더위에 대응해 에어컨 생산라인 '풀가동'에 나섰다. 제한된 예산에서 선풍기 같은 소형 가전 지출을 줄이고 냉방 핵심인 에어컨에 돈을 쓰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특수에도 못 웃는 전통 여름 가전 업체들
라방 가전 시장이 5배로 커지는 동안 전통적인 여름 가전 업체들은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문형 에어컨으로 잘 알려진 파세코의 올 상반기 라방 거래액은 39억원으로 지난해(44억1000만원)보다 11.6% 줄었다. 선풍기 명가 신일은 전체 여름 가전 판매가 두 자릿수 늘었지만 라방 거래액은 5억4000만원으로 2년째 5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보국전자는 1억1000만원에서 2000만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휴대용 선풍기와 서큘레이터를 앞세운 신흥 브랜드들은 몸집을 불렸다. 루메나는 17억8000만원으로 45.2% 늘었고 에어메이드(11억원)와 캐치웰(8억원)도 각각 20.8%, 64.3% 성장했다. 다만 이들 중소 브랜드의 거래액을 다 합쳐도 계절가전 전체 증가분에는 크게 못 미친다. 성장분의 상당 부분은 에어컨 등을 앞세운 종합 가전 브랜드 몫으로 추정된다.

라방바 데이터랩을 운영하는 양진호 씨브이쓰리 대표는 "고가 제품일수록 단순 할인보다 카드 혜택, 사은품, 설치, 보상판매 등 구매 조건을 한 화면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