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때린 코치, '자격정지 4년' 뒤 지도자 복귀 막히자…반전 판결 [김대영의 노무스쿨]

입력 2026-07-18 19:00
대한체육회 소속 한 회원종목단체 지도자로 등록된 체육강사 A씨는 초등학생 선수를 지도하던 중 플라스틱 초시계로 머리를 때렸다. 이 선수는 두피가 찢어져 2주간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같은 달 A씨는 이 선수의 엉덩이와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다. 이 단체 산하 징계심의 기관인 스포츠공정위원회는 A씨 행동을 '폭력'으로 판단해 자격정지 4년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를 모두 마친 뒤 다시 지도자로 활동하려고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벽에 부딪혔다. 내부 규정상 폭력으로 1년 이상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람은 징계 기간이 끝나도 지도자로 다시 등록할 수 없었던 것. 사실상 평생 자격정지에 처해졌던 셈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김상연)는 최근 A씨가 단체를 상대로 낸 지도자 자격 확인 등 소송에서 A씨에게 지도자 등록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4년 자격정지 징계 자체를 무효로 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격정지의 발단이 된 사건은 2019년 12월 발생했다. A씨는 2018년 2월부터 피해 선수를 지도했는데 초등학생 선수의 머리를 초시계로 때려 상해를 입힌 데 이어 또다시 폭력을 행사했다.

이 단체 스포츠공정위는 2021년 6월 A씨에게 자격정지 4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A씨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사사건에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형사조정 과정에서 피해자 측에 600만원을 지급해 합의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지도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시 일을 반성하고 있는 데다 피해자와 합의한 사정을 고려하면 자격정지 4년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자격정지 4년에 한해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짧은 기간에 폭력이 반복됐을 뿐 아니라 지도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선수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점을 주목했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피해자 연령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학생 선수에 대한 신체적 폭력은 '관행'이나 '훈육'이라는 이유로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함께 훈련하던 또래 선수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징계 수위도 내부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해당 단체 규정은 위반행위가 두 차례 이뤄지면 징계 기준의 2배 이상을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은 두 차례 폭행에 자격정지 4년을 내린 것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처분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징계가 끝난 뒤에도 영구적으로 지도자 등록을 막는 규정에 대해선 정반대 판단을 내놨다.

이 단체는 국내 공식 대회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관장했다. 대체할 만한 다른 단체도 없었다. 이곳에서 등록을 거절하면 국내 공식 지도자로 활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법원은 지도자 등록 업무가 단순한 사적 단체의 내부 업무를 넘어 직업 진입을 통제하는 고도의 공공성을 갖는다고 봤다.

물론 폭력 근절·선수 보호라는 해당 규정의 목적은 정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비위의 경위, 수위, 피해 정도를 따지지 않고 자격정지 1년 이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등록을 금지하는 규정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형사상 중대한 범죄나 선수 상대 상해·폭행으로 금고형을 받은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등록을 허용하면서 내부 자격정지 처분에 아무런 종료 시점 없이 복귀를 막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징계 체계와도 충돌했다. 단체 규정은 '자격정지'와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구분해놨다. 그런데 영구 등록 금지 규정을 적용하면 자격정지를 받은 사람도 사실상 제명이 되는 셈이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이 "수단의 적합성과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돼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사적 단체가 스스로 징계·등록 기준을 만들더라도 자치권이 무제한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특히 한 단체의 등록 여부가 사실상 특정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지 여부도 좌우한다면 제한의 목적뿐 아니라 기간, 범위, 복귀 가능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