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가격을 1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담뱃값을 올리겠다는 방향을 밝힌 가운데 가격 정책을 비롯해 금연을 유도할 다양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금연학회는 지난달 30일 학회지에 담배 가격 및 세금 정책을 집중 조명한 연구 4편을 발표했다. 연구들은 국제 비교 분석부터 인상에 따른 흡연행태 변화, 금연 및 재흡연 전이, 국민 수용성 분석 등 다양한 관점에서 담뱃세 및 가격 정책의 효과를 분석했다.
OECD 8개국 비교 연구 에서는 담배의 실질 구매부담이 높을수록 흡연율이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국내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에서도 인상 이후 금연 상태로의 전환 증가와 재흡연 억제, 흡연 강도 약화 효과가 관찰됐다.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정책 설계에 있어 담배 가격 자체보다 실질 구매부담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OECD 38개국 평균 담뱃값은 약 9869원(2023년 기준)이다. 한국은 4500원으로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은 국민 건강 증진과 흡연율 하락을 위해 2015년 담배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건강증진부담금을 높여 담배 소매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 담배 가격은 변동 없이 2026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담뱃값엔 물가상승률도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0년 소비자물가를 100으로 놓은 소비자물가지수는 2015년엔 94.9에서 2025년 116.6으로 올랐다. 전반적인 물가가 22.8%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담배 가격은 내려간 셈이다. 현행 최저임금(1만320원) 기준 1시간 노동으로 담배 두 갑을 구매할 수 있어 반복된 흡연 습관을 변화시킬 정책적 계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흡연 기인 사망 및 사회·경제적 부담 산출 연구(2025)’에서도 2023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4조9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증가했다. 2020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진 결과다. 반면 담뱃값이 동결되면서 지난해 담배를 통해 걷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약 3조3000억원에 그쳐 흡연으로 인한 직접 의료비 지출액(약 5조 원)과의 사이에 매년 수조 원 규모의 재정적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금연학회 연구진은 일회성 가격 인상만으로는 정책 효과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과 소득 증가에도 실질 구매 부담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의 세율 조정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희원 대진대 보건경영학과 교수는 편집자 논평을 통해 “담뱃세 인상은 흡연율 감소를 위한 가장 강력하고 비용 효과적인 담배규제정책 중 하나”라며 “담뱃세 인상을 다시 논의할 때”라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을 통해 담배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9869원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릴 경우 2030년 남성 흡연률은 29.2%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가격 인상폭이 커질수록 흡연율 감소 효과도 커진다”면서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대중의 지지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