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인플루언서 된 반도체 엔지니어 "기술보다 병목 읽어야"

입력 2026-07-17 08:00
수정 2026-07-17 09:06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며 깨달은 건 좋은 기술과 돈이 되는 기술은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반도체 투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박성문 무니인사이트 대표(사진)는 14일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철학을 이같이 설명했다. 15년간 반도체 설계와 전자설계자동화(EDA) 현장을 누빈 그는 지난해부터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반도체 기술과 미국의 산업 전략을 분석하며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모았다. 최근 한경매거진앤북을 통해 반도체 기술을 투자자의 시각에서 풀어낸 <성공 투자를 위한 최소한의 반도체 지식>을 펴냈다. ◇20년간 반도체 엔지니어 ‘한우물’2005년 중앙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3학년 때 우연히 들은 전자회로 설계 수업을 통해 반도체의 매력에 푹 빠졌다. 곧바로 전자전기공학과로 전과해 집적회로 설계를 공부했다. 대학원에서는 군사용 간섭회피 위성항법장치(GPS)에 들어가는 통신 칩을 설계하기도 했다.

29살에 들어간 첫 직장은 4세대 이동통신(LTE) 칩 개발 회사(팹리스)인 ‘아이앤씨테크놀로지’였다. 세계 1위 모바일 반도체 제조사 퀄컴에 맞설 만한 칩을 개발했지만 높은 전력 소모 등의 문제로 양산에 실패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칩을 만드는 것과 시장에서 팔리는 칩을 생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배웠다”며 “그때부터 돈 되는 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LX세미콘에서 제네시스 차량용 터치패널 칩 양산에 참여했고, 미국 양대 EDA 기업 시놉시스와 케이던스에 들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설계 환경 및 기술적 병목을 들여다봤다.

그가 투자 인플루언서로 주목받은 계기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변곡점을 포착하면서다. 그가 근무한 케이던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립부 탄이 지난해 3월 인텔 수장에 오른 게 발단이 됐다. 탄 CEO의 과거 이력과 미국 반도체 정책을 바탕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편을 통한 부활 가능성을 예측했고 그대로 들어맞았다.

2025년 3월 말 22.71달러이던 인텔 주가는 지난달 30일 142.35달러까지 오르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다음은 전력반도체와 광학 기술”박 대표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병목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기술 로드맵을 따라가며 새로운 병목을 찾아내야 향후 유망 산업이 보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향후 주목할 분야로는 전력 반도체와 광학 기술을 꼽았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와 데이터 이동량 급증에 따라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통신 속도가 빨라질수록 구리선의 한계가 뚜렷해진다”며 “광학 기술은 앞으로 10년 이상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종료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AI가 요구하는 컴퓨팅 파워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과거 메모리 사이클만으로 현재 시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