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는 이통사가 두려워하는 일 한다"…AI 전문가 '극찬' 이유

입력 2026-07-15 16:15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통합전산시스템 개편이 글로벌 통신업계의 인공지능 전환(AX)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기존 시스템에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영업과 과금, 회선 관리, 네트워크 운영 등 이동통신사업의 기반을 AI 중심으로 다시 짜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오퍼 로넨 사나스 통신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링크드인에 'SKT는 대부분의 통신사가 두려워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SK텔레콤의 통합전산시스템 개편을 통신사 AX의 선행 사례로 평가했다.

구글에서 컨택센터 AI 사업을 이끌었던 로넨 부사장은 현재 음성 AI 기업 사나스에서 글로벌 통신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로넨 부사장은 "SK텔레콤이 통신사를 안에서부터 다시 구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했다."AI 모델보다 낡은 전산망이 문제"
로넨 부사장은 이통사의 AX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이 AI 모델이 아니라 기존 전산시스템이라고 진단했다. 과금과 영업, 고객서비스 시스템이 서로 분리된 데다 구조도 경직돼 있어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I가 고객에게 새 요금제를 추천하더라도 과금 시스템에 실제로 반영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면 서비스로 이어지기 어렵다.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고객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시스템의 정보를 조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요금제 변경이나 서비스 처리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넨 부사장은 다수 이통사가 기존 인프라 위에 생성형 AI나 챗봇을 추가한 뒤 이를 전환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방식이 "오래된 엔진에 새로 페인트를 칠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영업전산과 회선 관리, 과금, 네트워크 운영 등 핵심 시스템을 AI에 맞는 구조로 재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넨 부사장은 이를 이통사의 '신경계(Nervous System)'를 교체하는 수준의 고난도 작업으로 평가했다.SKT, 데이터 통합부터 AI 에이전트까지
로넨 부사장은 SK텔레콤의 전략을 데이터 통합, 실행 시스템 개편, AI 에이전트 배치 등 세 단계로 정리했다. 데이터를 한데 모은 뒤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존 시스템을 바꾸고, 그 위에 AI 에이전트를 적용하는 구조다.

그는 상당수 이통사가 데이터와 실행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은 채 AI 기능부터 도입하고 있다며, 이런 접근이 AI 프로젝트의 성과를 제한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평가는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MWC26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통합전산시스템 개편 구상과 맞닿아 있다. 정 CEO는 당시 영업과 회선 관리, 과금 등을 담당하는 기존 시스템이 AI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며 전산 구조를 AI에 최적화된 형태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로넨 부사장은 "앞으로 10년간 통신 시장을 주도할 사업자는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능이 아닌 인프라 전환으로 받아들이는 통신사"라며 "SK텔레콤의 통합전산시스템 투자는 업계가 향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라고 평가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의 AX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AI 서비스를 몇 개 출시했느냐가 아니라 AI가 실제 업무를 판단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느냐는 것"이라며 "SK텔레콤의 통합전산시스템 개편은 통신사업의 근간부터 AI 중심으로 재설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