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수사 중인 경찰이 당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과 임원들을 잇달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절차적 하자를 넘어 선임 과정 전반에서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추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홍 전 감독 선임 당시 대한축구협회 비상근 부회장을 지낸 A씨와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한 B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선 9일에는 홍 전 감독 선임 절차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현 축구 해설위원)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서울 종로경찰서가 약 2년간 사건을 수사하며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주요 피고발인을 조사했다. 지난 1일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력강화위원과 협회 임원 등으로 조사 대상을 넓히고 있다.
조사에서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가 실제 의사결정을 제대로 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 전 위원은 경찰 조사에서 홍 전 감독이 최종 선임되는 과정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당시 이사회가 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후보 논의 내용을 제대로 공유받지 못한 상태에서 서면결의를 진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전 감독을 최종 협상 대상 1순위로 결정한 경위와 이후 이사회가 내정 발표 뒤 서면으로 선임안을 의결한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가 위계나 위력을 이용해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전력강화위원들과 이사회 의결에 참여했던 협회 임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추가 참고인 조사에서도 최종 선임 과정이나 후보 추천 경위를 충분히 공유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이어질 경우 기존 피고발인에 대한 추가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팀은 참고인과 피고발인 진술을 교차 검증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확보된 진술을 토대로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를 다시 불러 당시 지시 및 보고 체계,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미친 영향 등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감독은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추가 고발됐다. 현재 홍 전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이 전 이사는 캄보디아에 체류하고 있다.
아울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2일 홍 전 감독 선임 논란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홍 전 감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홍 전 감독은 출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찰이 이들의 귀국 일정에 맞춰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