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기업 공급망의 운영 안정성과 사업 연속성을 확실하게 다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글로벌 공급망의 화두가 과거 비용 절감에서 이제는 안정성과 복원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글렌 힐튼 DP월드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 변화, 복잡해진 규제 환경으로 인해 기업들은 운영 안정성과 사업 연속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DP월드는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항만·터미널, 해양 서비스, 물류 사업을 하는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부산항을 포함해 17개 항만·터미널 등에서 통합 공급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물류산업의 또 다른 변화로 통합 공급망 솔루션 수요 확대를 꼽았다. 힐튼 CEO는 “기업들은 이제 공급망 전반을 엔드투엔드(End-to-End)로 관리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하나의 창구를 통해 공급망 가시성과 유연성,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했다.
기술 혁신도 물류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첨단 기술 기반 솔루션 덕분에 기업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규모로 물류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5~8년 안에 AI가 글로벌 무역 흐름을 바꾸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힐튼 CEO는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며 “DP월드는 고객들이 변화하는 무역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무역 경로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바이에 본사를 둔 DP월드는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미주를 연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P월드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DP월드는 2002년 부산신항 운영에 참여한 이후 현재 부산항 PNC 터미널을 운영 중이다. 해당 터미널은 지난해 약 500만TEU를 처리하며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약 20%를 담당했다. 이 회사는 부산신항에 약 5000만달러를 투자해 부산물류센터(BLC)를 건설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운영을 시작해 연간 8만TEU 규모의 물량을 처리하는 복합 물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힐튼 CEO는 “부산물류센터 투자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무역·물류 허브라는 점에 대한 장기적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부산을 단순 환적항이 아닌 고부가가치 물류 관문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항의 미래 경쟁력에 대해 “부산항은 이미 운영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항만과 산업 클러스터, 내륙 운송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하이와 싱가포르는 항만을 넘어 통합 물류 허브로 발전했다”며 “부산 역시 배터리, 전기차(EV), 화학, 첨단 제조업 등 성장 산업과 연계된 물류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서비스로는 통합 엔드투엔드 물류 솔루션을 꼽았다. 힐튼 CEO는 “배터리와 화학, 첨단 제조 기업들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이고 실시간 가시성을 확보하는 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처럼 답했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전자 등 핵심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제조 경쟁력에 더해 공급망 유연성과 디지털 전환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