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가 청산 위기에 놓인 가운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미국에선 고려아연의 현지 투자 사업을 홍보하는 리셉션을 개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9일(현지시간) 영풍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 프로젝트 '프로젝트 크루서블' 리셉션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MBK 대표업무집행자인 윤종하 부회장과 영풍 관계자를 비롯해 테네시주 지역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74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대규모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기술진이 기획·추진해왔지만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과의 별도 협의 없이 진행한 이 행사에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이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청산 기로에 놓인 시점에 MBK의 이 같은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MBK의 투자 철학과 기존 투자기업 관리 성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해서는 장기적 성장과 글로벌 사업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나,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제한적인 수준의 재정적 책임만 부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단순 금액만 놓고 보면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을 놓고는 힘겨루기 하는 데 비해 고려아연의 대미 11조 투자는 집중 홍보한 MBK인 셈이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이 고갈돼 지난 13일부터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최대주주인 MBK는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 조달에 거리를 두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홈플러스 노동조합과의 면담도 무산됐다. 노조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만나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 조달과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등을 요구할 계획이었지만, MBK는 회생절차 관련 일정 등을 이유로 당일 면담 연기를 통보했다.
홈플러스 마트가 운영을 중단하고 임직원 1만2000여명을 비롯해 협력업체 종사자와 입점 상인 등 최대 10만명의 생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MBK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MBK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민연금공단에 MBK 관련 투자와 위탁운용사 자격 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과 고려아연 투자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 안팎에선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영업 중단과 청산 위기, 노조와의 면담 무산, 정치권의 청문회 추진 등 MBK가 해결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수만 명의 고용과 생계가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고려아연 프로젝트의 핵심 협력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한 행사를 연 것은 시기적으로 대비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