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와인 재산분할은 ‘멀고 험한 산’

입력 2026-07-19 09:49
수정 2026-07-19 11:15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74>


얼마 전 전문직 멤버들로 구성된 와인모임에서 이혼소송 중인 부부들의 ‘와인 쟁탈전’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다. 고가 와인 관련 재산분할은 어떻게 이뤄질까? 다들 궁금해하던 차에 마침 모임 총무 홍승훈 변호사(이혼 전문, 법무법인 주한 대표)가 실제 사례로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의 명쾌한 해석을 정리한다.

서울 강남의 유명 파인다이닝 소믈리에 출신 김모 씨는 지난해 이혼소송을 진행했다. 결혼한 지 3년 만이었다. ‘와인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혼수로 가장 먼저 프랑스제 고가 와인 셀러를 구입했을 정도.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전문가 겸 컬렉터다.

그의 배우자는 부동산 자산가로 두 사람은 와인 학원에서 강사와 학생으로 만났다. 부부는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며 상당량의 고가 와인을 구입했다. 그 리스트에는 보르도 5대 샤토 와인은 물론 우완의 최고급 와인들이 줄줄이 올라 있었다. 특히 와인 관련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이별의 상징으로 알려진 슈발 블랑도 몇 병 있었다.

슈발 블랑(보르도 생테밀리옹 산)은 섬세하고 여린 분위기가 특징. 영화에서 주인공 마일스는 이혼한 전처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져 ‘슈발 블랑(1961)’을 종이컵에 따라 마신다. 감독은 최고급 와인을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함께 먹는 장면을 삽입하여 주인공의 처참한 심경과 와인의 특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미국 나파 밸리 컬트와인의 대명사 스크리밍 이글과 할란 에스테이트, 콩스가르드 등이 포함돼 있었다. 최근 들어 와인을 수집하는 젊은 부부들이 늘면서 고급 와인이 재산분할 대상 1순위라는데 개성 강한 이들은 과연 어떤 방식을 선택했을까.

혼인 기간 형성된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다. 다만 와인의 경우 의뢰인의 보유 및 관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명(매매 서류, 보관 사진 등)이 있고, 이를 통해 본인이 직접 구입했다는 점이 소명되면 소유권은 당연히 매수자에게 있다.

그러나 부동산이나 골프회원권과는 달리 소유자 등기 및 등록 절차가 없는 와인은 대부분 법적인 소유권 확인이 어렵다. 따라서 상대방의 기여도 비율에 따라 현금으로 정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홍승훈 변호사는 “만약 혼인과 와인 보유 기간이 장기라면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않았어도 재산 유지에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우리 법원의 판례”라고 말했다. 다행히 앞서 사례로 든 부부는 각자 한쪽은 와인, 한쪽은 부동산을 가지는 조건으로 이혼 조정이 이루어져 별 다툼이 없었다고.

반면 자신이 아끼던 와인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이모 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한 후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상대방이 와인 보관 사실을 부인했는데 그를 반박할 마땅한 입증 방법을 찾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당시 와인 이름을 특정하고 매입 및 보관 경위까지 상세하게 소명했지만 상대방이 ‘현재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홍 변호사의 설명. 별거 이후에는 상대방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주거침입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프랑스어로 마리아주(Mariage)는 ‘결혼’을 뜻한다. 아무리 이혼을 앞둔 부부라도 이전 좋은 시절엔 와인과 음식의 조화(마리아주)를 함께 즐기며 행복했을 것이다. 이별은 깊은 상처를 남긴다. 보관 중인 최고급 와인을 천천히 한잔 마시며 숙려기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국제와인전문가(WSET Level 3)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