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가 전략기술을 이끌 핵심 인재에게 월 최대 3억동(약 1700만원)을 지급하는 보수체계 도입을 추진한다. 연구비 집행 방식도 행정 절차 중심에서 제품·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뜯어고친다. 핵심 기술 확보뿐 아니라 사업화에도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5일 베트남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최근 국가과학기술개발기금(NAFOSTED)은 전략기술 개발 과제의 재정 운용 방식을 담은 시행규칙 초안을 마련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초안은 지난 9일 열린 전략기술 개발 재정체계 관련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핵심 기술인력의 보수다. 전략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기술책임자에게 월 최대 3억동을 지급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 수석 설계책임자는 월 2억5000만동, 프로젝트 책임자나 심의위원장은 1억5000만동, 참여 전문가·과학자는 1억4000만동을 받을 수 있다.
상위 직급뿐 아니라 연구 현장에서 직접 과제를 수행하는 인력도 대상이다. 수석연구원은 월 최대 1억동, 일반 연구원은 8000만동을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직책, 책임, 인력 희소성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구조다.
보수 수준을 정하는 과정에선 싱가포르 과학기술연구청의 유사 직무 급여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구매력평가를 반영해 환산하면서도 인력 확보가 특히 어려운 총괄기술책임자 보수는 환산액보다 높게 책정했다.
현지 매체 비엣타임스는 싱가포르에서 해당 직위가 월 2만5000싱가포르달러를 받는데 구매력평가를 적용할 경우 베트남 기준 약 2억6400만동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베트남이 제안한 3억동은 이를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국제 인재 유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보수를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은 급여만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 체계 전반을 개편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인건비, 재료비, 장비비 등 지출 항목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고 정산했다. 앞으로는 기술 개발 과제를 '업무 패키지' 단위로 구성하고 목표, 일정, 결과물을 기준으로 예산을 집행한다.
동일한 기술 과제를 여러 연구팀이 동시에 수행하는 경쟁형 연구도 허용한다. 한 가지 방식에만 예산을 투입하는 대신 복수의 독립적인 연구 방안을 병행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연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를 감안해 전체 과제비의 최대 10%를 위험 대비 재원으로 편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구책임자가 공급업체를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고 서로 관련된 연구 과제를 하나의 묶음으로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술 개발부터 제품화와 시장 진입까지 연구가 끊기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연구의 목표도 논문이나 행정상 과제 완료가 아닌 상용 제품에 맞췄다. 2030년 안에 전략기술 제품 30개 이상을 개발·상용화하고 이 가운데 최소 10개는 지역·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핵심 기술 12개 이상을 자체 확보하고 전략기술 제품군도 최소 5개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건부 사전 구매, 최초 제품 가격 산정, 공동 연구 인프라 우선 투자 등 초기 시장을 만들어주는 제도도 검토된다. 최대 24개월 동안 규제를 유예하거나 특례를 적용하는 실증 방식도 활용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관련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추진해 2028년 중간평가를 거친 뒤 2030년 이후 성과를 종합할 계획이다. 반도체·AI를 비롯한 전략기술 경쟁이 결국 인재 확보전으로 번지자 파격적인 보수와 함께 성과 중심 연구체계를 동시에 꺼내 들면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