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간 K브랜드…가격 대신 경험을 팔다

입력 2026-07-15 15:34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의 전략이 ‘프리미엄 경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K상품은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공급망을 앞세워 현지 매대에 진입했다. 이제는 기술력과 체험, 유통망,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K뷰티 브랜드가 5성급 리조트와 현지 인플루언서를 무대로 고급 이미지를 쌓고, 몽골에서는 한국 대형마트가 중소기업 상품을 싣고 현지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 제품만 팔던 K뷰티는 옛말K브랜드의 해외 체급은 2년 만에 확 달라졌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약 110억달러로, 2023년의 두 배 수준까지 뛰었다. 선크림과 세럼, 마스크팩 등 스킨케어 제품이 미국과 유럽, 동남아 시장에서 일상 소비재로 파고든 결과다. 라면과 김, 소스류에서 시작된 K푸드 인기도 생활용품과 뷰티, 여행 상품으로 옮아붙고 있다. 한국 상품을 값싼 대체재가 아니라 믿고 사는 브랜드로 보는 소비자가 늘자 기업들도 제품만 보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매장, 체험 행사, 인플루언서, 리조트·항공 서비스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


삼양사의 프리미엄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앤서는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의 5성급 고급 리조트에서 ‘레티노이드 마스크’와 ‘레티노이드 세럼’ 출시 행사를 열었다. 현지 인기 KOL과 셀럽 50여 명이 참석했고, 740만 팔로워를 보유한 베트남 인플루언서 후옌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품을 진열하는 발표회가 아니라 포토존, 체험 공간, 브랜드 설명회, 모닝 요가를 묶은 1박2일 웰니스 프로그램이었다.

K뷰티의 해외 공략법도 바뀌었다. 온라인몰 입점과 가격 경쟁, 인플루언서 협찬에 기대던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브랜드 경험을 함께 보여주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메디앤서는 신제품에 4세대 레티노이드 성분인 HPR을 넣고 바쿠치올, 펩타이드 콤플렉스, 글루타치온 등을 배합했다. 여기에 삼양사의 경피전달기술(TDS)을 적용해 유효 성분 전달력을 높인 점을 앞세웠다. ◇ 몽골선 K유통이 수출 통로
몽골에서는 K유통이 수출 통로가 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0일 울란바토르 야르막 신도시에 노브랜드 전문점 1호점을 열었다. 매장 면적은 약 253평으로 해외 노브랜드 전문점 가운데 가장 크다. 노브랜드 상품 1100여 종을 비롯해 한국 상품, 몽골 현지 상품 등 총 5000여 개 품목을 선보인다.

노브랜드의 해외 확장은 국내 중소 제조사에도 의미가 있다. 노브랜드 상품의 약 70%는 중소기업이 생산한다. 몽골 내 전문점이 늘어날수록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매대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이마트는 산업통상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현지 파트너사인 스카이 하이퍼마켓(SKY Hypermarket)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몽골 내 이마트와 노브랜드 인지도 제고, 한국 상품 판매 확대, 공동 마케팅 등이 담겼다.

이마트가 몽골에서 쌓은 사업 기반도 적지 않다. 2016년 몽골 1호점을 낸 뒤 현재 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은 3만 명 수준이다. 현지 운영사인 스카이하이퍼마켓의 몽골 기업 순위는 2017년 62위에서 2025년 2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몽골 노브랜드 상품 매출은 100억원을 넘었고, 올해는 12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 저가 패키지보다 체류 경험 경쟁 여행 시장도 가격보다 체류 경험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 리조트와 관광기업들은 저가 패키지보다 리조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힐튼 괌 리조트 & 스파의 ‘더 타시’는 투몬 베이 오션뷰 객실과 전용 라운지, 맞춤형 서비스에 차모로 문화 체험, 가족 액티비티를 더해 프리미엄 휴양 수요를 겨냥했다.

베트남 관광업계는 한국 관광객의 소비 성향을 세분화하고 있다. FLC그룹은 한국 관광객이 명확한 일정과 정시 서비스, 깨끗한 공간, 세심한 응대를 선호한다고 보고 상품 구성을 조정하고 있다. 퀴논, 자라이, 꽝찌 등 아직 국내에 덜 알려진 지역을 골프와 해변, 현지 음식, 문화 체험이 결합된 여행지로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권 예약부터 리조트 체크인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만들기 위해 뱀부항공과 휴양지를 결합한 패키지도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 공략의 기준이 가격에서 품질과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 방식, 유통 채널, 체험 요소를 읽어내지 못하면 제품 경쟁력만으로는 장기 수요를 만들기 어렵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찾는 이유가 가격에서 품질과 브랜드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며 “현지 유통망과 체험 행사, 서비스 품질을 함께 설계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