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발표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지난달 90조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이 가운데 82조4000억원을 생산적 금융에 배정했다. 부동산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자금의 물길을 돌리겠다는 구상이다.◇기술 있는 기업 지원
우리금융의 생산적 금융을 대표하는 플랫폼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이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그룹사와의 협업까지 연결한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231개사를 발굴해 4750억원을 투자했다. 2024년 말 1752억원이던 누적 투자액은 1년 반 만에 2.7배로 불어났다. 서울 2곳에 불과했던 센터도 경남과 충북, 부산, 전북, 베트남 하노이 등을 포함해 7곳으로 늘렸다.
디노랩 펀드의 초기 투자가 우리벤처파트너스의 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갖췄다. 실시간 항공권 발권 시스템을 개발한 스타트업 누아는 디노랩 펀드의 5억원 투자를 마중물로 그룹에서 총 31억원을 유치한 뒤 시장에서 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받아냈다.
중견기업 지원은 민관 협력 프로그램 ‘라이징리더스 300’이 맡고 있다. 산업통상부 산하 정부 기관이 추천한 중견·중견 후보 기업 가운데 우리은행이 지원 대상을 선정해 기업당 최대 300억원의 여신과 최대 1.5%포인트 금리 우대, 수출입금융 솔루션, 기업공개(IPO) 컨설팅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2023년 시작해 지난달까지 7기에 걸쳐 225개사를 선정하고 2조723억원을 지원했다. 산업단지와 기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특화 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도 전국 15곳으로 확대했다. 비즈프라임센터는 기업 여신뿐 아니라 자산관리와 퇴직연금, 외환·파생까지 아우르는 복합금융 거점이다.◇AI로 여신 고도화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실행 체계도 정비하고 있다. 올 1월 금융권 최초로 생산적 금융의 정의와 분류를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한 80쪽 분량 가이드북을 제작해 전 직원에게 배포했다. 전국 650여 개 점포에서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표준화에 나선 셈이다.
지난 2월부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방산 등 7개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포럼을 열고 직원들의 산업 이해도를 높였다. 5월에는 정책금융기관 실무자들과 온렌딩 대출,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포럼도 열었다.
기업 여신 프로세스 전반에는 AI를 입힌다. 우리금융은 2027년까지 은행 200건, 비은행 144건 등 총 344건의 AI 과제를 추진하는 ‘그룹 AX(AI 전환) 마스터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부터 삼성SDS와 함께 AI 에이전트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기업 여신·고객 상담 등 8개 영역에서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접수부터 신용평가·여신 심사·사후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 기술력 기반 평가와 성장 단계별 리스크 분석이 가능한 심사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