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거둔 초과이익의 사회적 활용 방안을 논의한 고용노동부 토론회를 놓고 주주단체가 "이윤의 실제 주인이 배제됐다"며 반발했다. 노동계·학계·정부가 기업 이익 배분 방향을 논의하면서 자본을 투입하고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주주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15일 고용노동부가 전날 서울 용산에서 개최한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비판했다.
당시 토론회에선 대기업 초과이익에 기존 법인세와 별도의 특별목적세를 부과하는 방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처럼 기업 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초과이윤에 비례하도록 법인세 체계를 개편하고 임금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임금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주운동본부는 토론회에 주주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향후 함께 논의할 대상으로 노사정과 전문가, 청년, 미조직 노동자를 언급하면서도 주주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김 장관은 토론회에서 "천문학적인 AI 성과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 낸 이익의 총량"이라며 "'투자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이 발언과 토론회에서 제시된 방안들이 기업 이익을 국가·사회가 회수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이 이미 법인세를 낸 뒤 남은 이익에 '초과이익'이라는 기준을 적용해 별도 세금을 부과할 경우 이중과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을 초과이익으로 규정할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기준이 자의적으로 설정될 경우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훼손할 수 있단 주장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이번 토론회를 정부의 '세 번째 반시장 테제'로 규정했다. 이 단체는 앞서 삼성전자 노사 간 '영업이익 N%' 성과급 합의 과정과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장기 투자계획 발표에서도 주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장기 투자로 기업의 잉여현금흐름,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남은 이익마저 사회 환원 대상으로 삼으면 주주 몫이 거듭 축소될 수 있다고 봤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성과가 주주에게 돌아갈 것이란 신뢰가 약해지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주주운동본부는 정부에 기업 이익의 사용·귀속에 관한 시장경제 원칙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기업 이익의 사회적 활용 방안을 논의할 경우 노동계·전문가뿐 아니라 주주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주운동본부는 "곳간을 여닫는 논의에서 그 곳간의 주인을 배제하는 일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