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고부가가치 철강재에서는 일본 업체에 밀리고 범용재 시장에서는 중국의 물량 공세에 시달리는 ‘샌드위치 구조’에 놓였다. 인도 철강업체까지 양과 질에서 급성장하며 한국 철강업계를 위협하는 모습이다.
포스코가 수익성 측면에서 일본제철과 중국 대형 철강사 사이에 끼인 배경에는 고부가 제품 경쟁과 중국의 공급 과잉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기술력에서는 일본 업체를 추격하고 있지만, 가격 협상력과 생산설비 구조조정에서는 일본제철에 밀리고 있다. 반면 범용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 확대에 직접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포스코의 2026년 1~3월 조강 1t당 이익은 8000엔(약 7만3000원)으로 세계 4위에 그쳤다.
1위는 1만7000엔을 기록한 일본제철이었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로 철강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일본제철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생산설비 재편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원료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협상력이 실적을 떠받쳤다는 분석이다.
일본제철은 일본 내 철강 수요의 장기적인 감소에 대응해 2025년까지 국내 고로를 15기에서 10기로 줄였다. 생산능력 축소를 통해 고정비를 낮추는 한편 자동차용 고장력강판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였다.
가격 결정 방식도 바꿨다. 일본제철은 2021~2022년부터 주요 고객과의 장기 거래에서 제품을 출하하기 전에 가격을 결정하는 ‘선결정 방식’을 도입했다. 원료탄과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이를 제품 가격에 신속히 반영할 수 있어 수익성을 방어하기 쉽다.
자동차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2025년 10월 마쓰다와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강판 소재를 공동으로 선정해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X-5’용 강판을 일괄 수주했다.
원재료 자급력도 경쟁력이다. 일본제철은 2025년 호주 원료탄 광산 지분 20%와 캐나다 철광석 광산 지분 30%를 잇달아 확보했다.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상승해도 광산 지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조달비용 증가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중국 바오산강철은 내수 경기 부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철강재는 수출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철강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바오산강철의 1t당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 증가한 5300엔으로 일본제철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범용재 비중이 높아 국제 시황 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다.
포스코는 이 둘의 중간에 위치한다. 조강 1t당 이익은 약 8000엔으로 바오산강철보다는 높지만 일본제철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고부가 제품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본제철만큼 생산설비 감축과 가격 협상력이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유입은 포스코의 범용재 수익성을 압박한다. 중국 업체가 내수 부진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수출을 늘리면서 한국과 아시아 철강시장의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업체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인도 JSW스틸의 1t당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한 1만4800엔으로 일본제철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인도에서는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에 힘입어 2025년도 철강 소비량이 전년보다 8% 증가한 약 1억6400만t에 달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일본제철의 사례가 단순한 생산 규모보다 제품 구성과 가격 결정력, 원재료 조달 구조가 수익성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도 중국의 물량 공세를 견디면서 일본제철과의 수익성 격차를 줄이려면 고부가 제품 확대뿐 아니라 설비 효율화와 가격 협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