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이 위법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출장에 쓴 해외출장비만큼 다음 연도 예산이 깎인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출장과 부실한 예산 집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삭감 기준을 마련했다.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위법한 공무국외출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처리기준'이 이달 1일 시행됐다.
적용 대상은 공무국외출장 과정에서 회계 부정이나 개인 비위가 드러난 지방의원이다. 감사원 감사나 외부 감사·조사 결과 위법 사실이 확인되고 징계 요구·환수 처분 등이 내려지면 해당 출장에 사용된 의원국외여비 전액을 다음 연도 예산에서 삭감한다.
삭감 범위는 위법성이 확인된 출장으로 한정된다. 한 해 여러 차례 해외출장을 갔더라도 문제가 된 출장 비용만 깎는다. 재정 페널티도 해당 출장에 대해 한 차례만 적용된다. 이후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처리기준은 전국 모든 지방의회에 적용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예산편성 기준에 따라 관련 내용을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해야 해 사실상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구조다.
이번 조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의 공무국외출장 실태를 점검한 뒤 부적절한 예산 집행 사례를 적발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권익위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전국 243개 지방의회의 공무국외출장 915건을 전수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항공권 가격을 부풀려 경비를 지급받거나 출장 예산으로 주류와 안주를 구매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정부는 이후 공무국외출장 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손질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1월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안'을 개정해 출국 45일 전 출장계획서를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받도록 했다.
출장이 끝난 뒤에도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결과의 적법성·적정성을 따져보도록 사후 심사 절차를 강화했다. 출장을 떠나기 전 계획 공개부터 귀국 이후 결과 검증까지 관리 범위를 넓힌 것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11월 위법한 국외출장에 재정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실제 예산을 줄이려면 예산편성 기준에 명시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행안부는 관계 부서 협의를 거쳐 이번 처리기준을 별도로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