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투수의 '반전 근황'…월매출 4000만원 사장됐다 [권용훈의 직업불만족(族)]

입력 2026-07-17 06:00
수정 2026-07-17 07:25



“야구선수 때는 운동만 잘하면 됐습니다. 장사는 매출과 인건비, 재료비, 손님 불만까지 모두 사장이 책임져야 합니다. 몸보다 머리가 더 힘든 직업입니다.”
충남 예산시장에서 연돈볼카츠 매장을 운영하는 양경민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영업자의 삶을 이같이 말했다. 한화 이글스의 투수 출신인 그는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코치를 거쳐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양 사장이 운영하는 매장의 최근 월매출은 3000만~4000만원 수준이다. 예산시장 방문객이 늘어난 데다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되면서 매출도 다시 올라왔다. 관광객이 몰리는 날에는 시장 내 다른 음식을 찾던 손님까지 연돈볼카츠를 함께 구매한다.

다만 매출 변동 폭은 크다. 손님이 적을 때는 월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 양 사장은 “예산시장 관광객 수와 브랜드 이미지, 매장 운영이 모두 매출에 영향을 준다”며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마운드 내려와 예산시장으로양 사장은 한화 이글스에서 투수로 뛰었다. 은퇴 후 약 2년간 코치 생활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야구밖에 해본 일이 없던 터라 이후 진로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전환점은 방송 프로그램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출연이었다. 방송을 통해 외식업을 접한 그는 2024년 11월 예산시장에 연돈볼카츠 매장을 열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시장 안에 점포를 마련해준 것이다.

양 사장은 연돈볼카츠를 선택한 이유로 브랜드 인지도와 본사 지원을 꼽았다. 그는 “처음 장사하는 입장에서 별도로 가게를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컸다”며 “본사에서도 매장 운영을 꾸준히 관리해준다”고 했다.

매장을 열 당시 예산시장은 지금보다 한산했다. 시설은 정비돼 있었지만 젊은 층과 외지 관광객은 많지 않았다. 현재는 평일에도 손님이 줄을 서는 날이 생길 만큼 상권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예산시장 자체가 목적지가 됐다”며 “연돈볼카츠뿐 아니라 여러 음식을 함께 맛보려는 손님이 많다는 점이 일반 상권과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같은 간판이어도 매출 천차만별”양 사장은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지점별 실적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입지 차이도 있지만 결국 재료 관리와 직원 교육, 손님 응대 같은 기본에서 격차가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예산시장점의 가장 큰 장점은 관광지 안에 있다는 것이다. 특정 매장을 찾아온 손님뿐 아니라 시장을 둘러보다 유입되는 고객이 많다.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시장 특성도 매출에 도움이 된다. 그는 “다른 음식을 먹으러 왔다가 연돈볼카츠까지 사가는 손님이 많다”며 “입지가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음식 품질과 응대를 꾸준히 유지해야 재방문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야구선수 경험은 체력과 정신력 측면에서 도움이 됐다. 외식업은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하고, 영업이 끝난 뒤에도 재료 준비와 청소가 이어진다. 매출이 떨어지거나 손님 불만이 생겨도 다음 날 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 양 사장은 “선수 때도 경기에서 부진하면 다음 경기를 위해 빨리 털어내야 했다”며 “안 좋은 일을 오래 끌지 않는 습관이 장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반면 손님 응대는 새로 배워야 했다. 운동선수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이다. 그는 말투와 표정, 불만 처리 방법을 익히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에 흔들린 가맹점연돈볼카츠는 예상 매출을 둘러싼 일부 점주와 본사의 갈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브랜드 논란은 개별 매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양 사장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일부 인사가 전체 점주의 의견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점주가 같은 입장인 것처럼 비쳤지만 실제로는 각자 처한 상황과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자영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선수 시절에는 감독과 코치, 동료가 있었지만 자영업자는 매출과 인건비, 재료비, 직원 문제를 모두 직접 판단해야 한다.

특히 예산과 같은 소도시에서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임대료는 동결돼 있어 부담이 크지 않지만 직원을 구하는 일이 어렵다”며 “매출이 늘어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결국 점주가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원 아니었으면 쉽지 않았을 것”양 사장은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의 예산시장 활성화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지 관광객과 젊은 층을 끌어들이면서 지역 상권 전체에 활기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백종원 대표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 정도 규모로 시장을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젊은 층이 들어오고 소비가 늘면서 다시 다른 방문객을 부르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예산시장은 2023년 예산군과 더본코리아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시작한 뒤 전국적인 관광지로 떠올랐다. 노후 시설을 정비하고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를 선보이면서 방문객이 늘었다.

양 사장이 장사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손님이 다시 매장을 찾을 때다. 선수 시절에는 오랜 훈련이 성적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장사는 손님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손님이 다시 찾아오면 가장 뿌듯하다”며 “브랜드나 관광지 효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은 음식과 서비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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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30대 청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제2의 삶을 개척한 40대 가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70대 청소 노동자까지.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