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 칼럼] 폭스바겐 위기가 말하는 3가지 진실

입력 2026-07-14 17:28
수정 2026-07-15 00:45
폭스바겐이 내놓은 10만 명 규모 감원 계획이 독일 사회를 거센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감원 목표가 최대 12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글로벌 직원 65만7000명 중 15%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으로 노조와 지역 정치권의 반대가 거세다.

2018년만 해도 폭스바겐그룹은 처음으로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한 세계 1위 자동차 회사였다. 폭스바겐 외에 아우디, 포르쉐, 스코다, 람보르기니, 벤틀리, 스카니아, 만 브랜드를 거느린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럽 최대이자 독일 제조업을 상징하는 자동차 회사가 지금 초유의 위기 상황에 부닥쳤다. 시장과 기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벼랑 끝에 서 있다.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과 전기차, 자율주행차 흐름에 뒤처지며 판매와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 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영업이익률은 지난 1분기 0.4%에 불과했다. 판매량도 전년 대비 4.0% 줄었다. 잘나가던 중국 시장 주도권을 급성장한 비야디(BYD) 등 토종 브랜드에 넘겨준 데다 안방인 유럽마저 지키지 못한 결과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적자 전환은 시간문제다. 흐름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현재 세계 1위인 일본 도요타 직원은 38만 명으로 폭스바겐보다 30만 명가량 적다. 그런데도 지난해 차량 판매는 1130만 대로 폭스바겐보다 200만 대 이상 많았다. 직원 1인당 자동차 생산을 비교해도 도요타가 두 배 이상 앞선다. 폭스바겐은 간접비용이 다른 자동차 회사보다 20% 많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왜 폭스바겐이 위기를 맞았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초격차 기술이든 비용 효율이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누구라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두가 직시해야 할 첫 번째 진실이다.

폭스바겐의 감원 계획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지만 실로 엄청난 규모다. 2025년 현대자동차 국내 직원 7만3000명과 기아 3만6000명을 합친 수와 비슷하다. 이 같은 대규모 감원이 몰고 올 사회적 충격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폭스바겐이 2024년 처음 비상 경영을 시작했을 때 세운 구조조정 목표는 독일 내 2개 공장 가동 중단과 3만5000명 감원이었다. 그 뒤 4개 생산시설의 추가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독일 내 10개 공장 중 4개만 남는다. 대신 인건비가 싼 동유럽 공장을 더 활용하기로 했다. 공장 폐쇄 계획에 따라 감원 인원도 3만5000명에서 5만 명, 다시 10만 명으로 조정됐다. 위기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폭스바겐 사례에서 보듯 기업 경영난은 일자리 위기로 이어진다. 10만 개나 되는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는 한 번 잃으면 새로 확보할 방도를 찾기 어렵다.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니더작센 주정부가 ‘폐쇄된 공장에서 중국 업체 차량을 생산하자’고 제안했지만 얼마나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될지 의문이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건 결국 좋은 기업이다. 폭스바겐이 다시금 일깨우는 두 번째 진실이다.

독일 금속산업노조 IG메탈은 대규모 분규를 예고하며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 및 감원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열린 감독이사회에서 노조 대표들과 2대주주이기도 한 니더작센 주정부는 회사 방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경영진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연립정부인 니더작센주는 뚜렷한 대안 없이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회생을 얘기하면서도 구조조정은 ‘나 몰라라’하는 한국 정치권과 판박이다. 홈플러스 임직원 1만2000명의 일자리는 지금 사라질 위기다.

‘일자리를 지키자’는 구호만으로는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 빠른 기술 변화 속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일자리도 지켜진다. 인공지능(AI) 대전환으로 기존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생존하는 기업 그 자체다. 선의로 시작된 일자리 과보호 정책이 되레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노동이 아니라 기업을 중심에 둔 정책이라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폭스바겐이 알려주는 세 번째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