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주가 누르기' 못하게…상속세법 손질

입력 2026-07-14 17:16
수정 2026-07-15 00:39
상장사 대주주가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 세제를 개편한다. 오는 11월에는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명단을 공개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상속·증여세를 매길 때 적용하는 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 관련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상속일과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앞둔 최대주주가 주가를 낮추려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기업설명회(IR) 등 주가 부양책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앞서 여당은 PBR이 0.8배를 밑도는 상장사를 주가 누르기 의심 기업으로 간주하고, 대주주의 상속·증여 재산을 평가할 때 평균 주가 대신 순자산가치 등을 반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주가 누르기 기업을 ‘PBR 0.8배’라는 단일 기준으로 선별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철강·석유화학 같은 장치산업과 금융·건설회사, 지주회사처럼 PBR이 구조적으로 낮은 기업까지 세 부담을 키울 수 있어서다. 정부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세부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11월에는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한다. 명단을 공개해 기업에 적극적인 주가 부양을 압박하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전략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기업은 일정 기간 명단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불이익을 주기보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자구 노력을 끌어내려는 조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