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5일 09: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KT&G 전·현 이사회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의 결과가 다음달 나온다. FCP는 KT&G 이사회 이사들이 1조원대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산하 재단 등에 저가 또는 무상으로 기부(출연)하는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오는 8월 12일 FCP의 특수목적법인(SPC) 아그네스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지난해 1월 소장을 제출한 지 약 1년7개월 만이다. 주주대표소송은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원고(주주)가 승소하면 배상금은 원고가 아닌 회사에 돌아간다.
FCP는 KT&G 이사회 구성원들이 2002년부터 17년간 장학재단·복지재단,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에 자사주를 기부해 기존 경영진의 지배권을 공고히했다고 주장해왔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재단 등 제3자에 기부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재단의 이사장 자리는 모두 KT&G 전현직 임원들이 맡아왔는데, 이들 재단이 KT&G 주총에서 현 경영진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일반 주주들의 감시·감독을 차단했다는 게 FCP의 주장이다. 지배주주 없는 소유분산기업인 KT&G 이사회가 회사 자산(자사주)을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참호’를 구축했다는 논리다.
소송의 쟁점은 KT&G 이사회의 자사주 기부가 공익적 목적에 충실하게 결정된 것인지 여부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각 재단의 의결권 행사 내역이 소송 과정에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KT&G는 과거 이사회의 자사주 기부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 배당금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 등을 위한 것이었다며 FCP 주장을 반박했다. 재단의 의결권 행사 또한 각 재단 이사회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게 KT&G 입장이었다.
KT&G 장학재단과 복지재단,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에 출연된 자사주 처분 가격과 이들이 각각 갖고 있는 의결권 지분이 어느 정도인지도 변론 과정에서 다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FCP 측은 회사가 산하 재단 등에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한 의결권 지분이 12% 이상에 달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KT&G 측은 실제 처분 자사주의 절반에 달하는 주식은 직원이 직접 출연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유상출연 등에 해당해 FCP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KT&G 관계자는 “회사의 자사주 출연은 사회공헌 목적 하에 관련 법령과 내부 규정에 따라 이사회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 결정됐으며 그 현황 역시 공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왔다”며 “이러한 의사결정의 적법성과 정당성은 외부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법원에서도 이와 같은 경영판단이 충분히 존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