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700만 년 전 지구를 누볐던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이 수백억원대로 경매 시장에 등장한다. 희귀 공룡 화석이 부유층의 수집품으로 거래되는 가운데, 과학계에서는 연구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거스(Gus)'라고 불리는 대형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14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
높이 3.8m의 거스는 지금까지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가운데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뛰어난 표본 중 하나로 꼽힌다. 입찰가는 1900만달러(약 284억원)부터 시작하며, 경매 전 추정가는 3000만달러(약 449억원)에 달하지만 최종 낙찰가는 이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역대 최고가 공룡 화석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대 최고가 공룡 화석은 지난 2024년 소더비 경매에서 4460만달러(약 664억원)에 낙찰된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Apex)'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배드랜즈에서 발견된 거스는 발굴에만 3년, 기록 작업과 골격 복원에 다시 3년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티라노사우루스는 골격의 절반 정도만 발견돼도 중요한 학술적 성과로 평가되는데, 거스는 전체 골격의 약 61%가 확인돼 보존 상태가 뛰어난 표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학계는 공룡 화석이 잇따라 경매 시장에 등장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영국 버밍엄대 척추동물 고생물학자 리처드 버틀러 교수는 "공룡 화석을 지위의 상징이나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박물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에 거래되면서 과학계가 연구 기회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이 개인 소장품이 되면 연구에 제약이 따른다. 주요 국제 학술지는 다른 연구자가 잇따라 검증할 수 없는 개인 소장 표본을 활용한 논문을 인정하지 않는다. 소유자가 화석을 처분하거나 관리하지 않을 경우 연구 대상 자체가 사라질 위험도 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수재나 메이드먼트 교수는 "지구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과거 생명체는 현재와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실증 자료"라며 "개인이 흥미를 잃거나 사망, 이혼 등의 이유로 귀중한 표본이 사라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1997년에 처음 경매에 등장했다. 당시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은 민간 기부자와 맥도날드 등의 후원을 받아 높이 4m의 화석 ‘수(Sue)’를 약 800만달러(약 119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공룡 화석 수집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인사와 거액 자산가들의 취미로 자리매김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