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바닥"이라더니…'삼전닉스' 목표가 엇갈린 진짜 이유 [분석+]

입력 2026-07-15 06:30
수정 2026-07-15 09:20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받으면서 증권가에선 주가수익비율(PER)을 근거로 “역대급 저평가”라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리서치센터의 반도체 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체로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한다. 이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현재의 수익성을 장기간 지속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과 비교한 PER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대신 장기간에 걸쳐 이익이 쌓인 결과인 순자산을 주가와 비교하는 PBR을 활용하는 게 대세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반도체 장기공급계약(LTA) 확산,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장기화 전망 등을 근거로 PER을 활용해 산출한 메모리반도체 업체 목표주가도 나오고 있다.삼성전자 선행 PER, 10년 분포 하위 2.7% 수준1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이하 생략)는 각각 4.41배와 4.69배다.

직전 10년 동안 삼성전자 12개월 선행 PER 평균은 11.84배, 표준편차(σ)는 3.86이었다. 현재 선행 PER은 -1.9249σ(하위 2.719%)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의 직전 10년 평균은 7.28배로, 현재보다 큰 폭으로 높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PER도 극단적 저평가를 가리킨다. 코스피의 13일 종가(6806.93) 기준 12개월 선행 PER은 5.78배다. 10년 평균인 10.36배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코스피의 지난 9일 종가(7291.91) 기준 12개월 선행 PER을 6.4배로 제시하며 “한국 증시가 역대 사상 가장 저렴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선행 PER이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SK하이닉스 목표가 24개 중 18개가 PBR 활용다만 낮은 PER을 반도체주에 대한 매수 신호로 해석할 수 없다고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낮은 PER이 이어지는 현재에 대해 “해당 이익 수준의 지속가능성을 시장이 검증하는 기간이자, 공급 확대 및 이로 인한 미래의 마진 훼손을 선반영하는 구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전히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사이클 산업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본 것이다.

같은 LS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는 정유성 연구원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계산한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사이클을 타지 않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 사업부의 가치는 순이익 추정치에 목표 PER을 곱하고 사이클을 타는 범용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의 가치는 순자산에 목표 PBR을 곱해, 각각 구한 두 값을 더했다.

이처럼 사이클을 타는 사업의 가치를 구할 때 PER보다는 PBR이 유용하다. 우선 변동성이 큰 이익으로 계산되는 PER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부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익에 따라 PER도 널뛰기하기 때문이다. 크게 변동하는 지표를 기준으로 정확한 기업가치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대신 장기간의 이익이 쌓인 결과인 순자산은 단기 업황 변동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에 대부분의 증권가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계산하는 데 PBR을 활용한다. 최근 3개월 내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24개 증권사 중 16곳이 PBR만을 사용했다.

현대차증권은 PER과 PBR을 각각 활용해 목표주가를 구한 뒤, 이를 산술평균한 값을 목표주가로 내놨다. 현대차증권과 LS증권을 합쳐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산출하는 데 PBR을 활용한 증권사는 모두 18곳이다. “메모리, AI 성능·효율의 직접 변수…PER로 평가해야”반면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은 PER만을 사용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계산했다. 하나증권은 PER과 비슷한 기업가치 대비 차감 전 순이익(EV/EBITDA)을 활용했다.

올해 하반기 전망을 내놓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산출에 PER을 사용하기 시작한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기업의 주가 고점 논리는 PER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메모리반도체 가격 강세의 강도와 지속 기간은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AI 투자 경쟁 속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의 변동성은 축소되고, 지속 기간은 길어질 것이라고 SK증권은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AI 추론 고도화에서의 메모리반도체는 AI 성능 향상과 비용 효율화 모두를 결정짓는 직접 변수”라며 “AI 투자에서 메모리반도체의 위상 제고는 구조적”이라고 분석했다.

장기공급계약(LTA)이 확대되는 점이 메모리반도체 위상 제고의 근거로 제시됐다. 고객사가 향후 3~5년 동안 메모리반도체 구매를 약속하는 형태의 계약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을 설명하는 콘퍼런스콜에서 16건의 전략적 고객합의(SCA)를 맺었다고 밝혔다. SCA는 기존 LTA보다도 구속력이 강한 형태의 계약으로, 계약 기간의 물량과 가격 밴드를 사전에 확정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콘퍼런스콜에서 지금까지 계약으로 확보한 물량 규모는 D램 생산량의 약 20%,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3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협의 중인 계약이 체결되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SCA 계약 아래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