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화물차·버스도 탄소규제…결국 車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나

입력 2026-07-14 15:27
수정 2026-07-14 16:23

내년부터 화물차와 버스를 제조·수입하는 업체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승용차 등 소형차에 적용되던 탄소 규제가 중대형 상용차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수소 상용차 개발과 양산을 서둘러야 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7~2030년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담은 고시·지침 개정안을 15일부터 60일간 행정예고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자발적 감축에 맡겼던 중·대형 상용차를 의무 규제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자동차 제조·수입사가 연간 판매한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 기준 이하로 맞춰야 한다. 기준을 넘으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적용 대상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당장 내년에는 총중량 15t 이상 대형 화물차와 트랙터가 대상이다. 2028년에는 중·대형 버스, 2030년에는 15t 미만 중형 화물차와 덤프트럭까지 의무 규제가 적용된다.

중·대형 상용차는 승용차처럼 모든 업체에 동일한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차종이나 규모에 따라 운행특성이 달라 평균 배출량도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대신 차종별로 규모에 따라 세부 그룹을 나누어 각 그룹별로 2021~2022년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 기준연도 대비 감축률은 2027년 16.5%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0년에는 30%까지 확대된다.

배출 기준을 초과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2027~2030년에는 기준을 초과한 온실가스 1g당 50만원을 내야 한다. 2031~2032년에는 140만원, 2033년부터는 220만원으로 상향된다. 정부는 업체들이 기술 개발과 생산 체계를 갖출 시간을 고려해 초기 과징금 수준을 유럽연합(EU)보다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소형차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승용차와 10인 이하 승합차의 평균 온실가스 기준은 2030년 기존 ㎞당 70g에서 54g로, 소형 화물차와 11~15인승 승합차는 146g에서 98g로 각각 강화된다. 정부는 소형차 부문에서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종료 예정이던 '슈퍼크레딧' 제도를 2029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전기차나 수소차 1대를 팔면 실제보다 더 많이 판매한 것으로 인정해 평균 배출량을 낮춰주는 제도다. 중·대형 상용차에는 수소내연기관차도 새롭게 슈퍼크레딧 대상에 포함된다.

대신 소형차 규제는 업체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기존 일반·소규모·개별 제작사 등 3단계였던 구분에 '중규모 제작사'를 신설해 4단계로 세분화한다. 연간 판매량이 5만대 이하인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 한국GM 등이 대상이다. 이들 업체는 차종이 적어 친환경차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평균 온실가스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7~9%가량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가 국내 공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거나 사용하면 해당 연도 배출량의 최대 5%를 감축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도 처음 도입된다. 유럽연합(EU)이 제품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까지 관리하는 최근 흐름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업체들이 현실적으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김대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