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매파' 돌변…Fed 월러, 트럼프에 등 돌렸나

입력 2026-07-14 13:21
수정 2026-07-14 13:25

한 때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최근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20204년까지만 해도 매파로 분류되던 월러 이사가 다시 자기 색깔을 찾았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러 이사는 1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이번 주 발표되는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가 또다시 높게 나온다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단기적으로 통화 정책을 긴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는 오는 14일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포함한 6월 CPI 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월러 이사는 현재 미국 경제에 대해 노동 시장이 안정적이고 소비자 수요가 양호한 상태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관세 정책, 에너지 가격 상승,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통화 정책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수치를 분석하든 올해 인플레이션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지난 5월까지 1년간 3.4% 상승한 점을 지적했다.
월러 이사는 과거에도 매파로 분류됐던 적이 있었다. 그는 2020년 Fed 이사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와 함께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됐다.

2023~2024년에는 물가 둔화 흐름을 반영해 “경제 지표가 뒷받침된다면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목표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데이터에 기반한 매파’로 평가했다.

월러 이사의 성향이 크게 바뀐 것은 2025년이다. 그는 노동시장 둔화와 경기 하방 위험을 강조하며 조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고, 실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월러 이사를 Fed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다시 입장을 선회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고 서비스 물가와 AI 투자 확대, 관세 등의 영향으로 물가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다는 시선도 있다. 월러 이사는 지난해 제롬 파월 전 의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케빈 워시를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했다. 이후 월러 이사는 금리 인하를 주장하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다시 강경한 물가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