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정부가 화성 동탄구를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이후 경기 남부 부동산 시장의 관심 지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집값이 크게 오른 동탄 대신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생활권을 공유하는 병점과 영통, 의왕 등이 '대체 주거지'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15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7월 둘째 주(6~12일)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경기 화성시 병점구 병점동 '병점역아이파크캐슬'이 차지했습니다. 한 주 동안 이 단지를 다녀간 실수요자는 3만1224명입니다. 이어 의왕시 삼동 '의왕역 SK VIEW'에 2만7681명, 수원 영통구 '힐스테이트영통'에 2만3160명이 다녀갔습니다.
이들 단지 모두 경기 남부 핵심 생활권에 있으면서도 동탄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병점역아이파크캐슬은 2666가구 규모의 대단지입니다. 동탄 생활권을 공유하면서도 가격은 동탄보다 낮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8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반면 동탄역 인근 주요 단지인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최근 22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힐스테이트영통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과 가까운 직주근접 입지에 더해 영통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1일 14억원에 손바뀜하면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의왕역 SK VIEW는 대체 주거지 내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최고가)는 10억9800만원입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과 인덕원~동탄선 등 광역교통망 확충 기대가 반영되면서 예비 청약자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가격 흐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6일) 기준 화성 병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원 영통구는 1.19% 올라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의왕시도 0.33% 상승했습니다.
물론 상승률만 놓고 보면 동탄구가 1.29%로 여전히 가장 높습니다. 다만 규제 시행 이후에도 병점과 영통, 의왕 등 인접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실수요자의 관심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화성시 병점구 병점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무래도 동탄 집값이 크게 치솟다 보니 주변 지역으로의 관심도 많아졌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동탄 규제 이후 경기 남부 대체 지역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동탄에서 시작된 경기 남부 주택시장 강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용인 기흥구와 수원 영통구 등으로 수요가 확산하고 있다"며 "동탄은 단기간 가격 급등과 규제지역 지정 영향으로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경기 남부 선호 지역으로의 갈아타기 수요는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비규제지역 일부 단지에서는 풍선효과를 기대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며 "규제지역과 생활권을 공유하면서 대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곳으로 실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규제를 피해 투자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시장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옵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은행권 대출총량 관리와 취득세 중과, 높은 금리 등이 투자 수요 유입을 제약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강한 풍선효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