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 타이밍?”...삼전닉스서 발 빼는 글로벌 '큰손'

입력 2026-07-14 12:45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싸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자 쏠림 자체를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블랙록과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등 글로벌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아시아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대만 TSMC에 대해 투자 비중을 조정하거나 보다 신중한 투자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들 3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힘입어 최근 6개월간 시가총액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각 사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 안팎으로 불어났으며 이들이 MSCI 신흥시장(EM) 지수에서 차지하는 합산 비중은 29%까지 치솟았다. 이는 신흥국 대표 주자인 인도 증시 전체 비중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지수 편중 자체를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캐롤라인 쇼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확대와 지수 편중은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경계선”이라며 “현재는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신흥시장 내에서 소외된 종목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웨이 리 블랙록 최고투자전략가는 “일부 대형 반도체 및 메모리 종목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신흥시장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높은 실적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당분간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약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펀드 내 단일 종목 편입 비중을 최대 10%로 제한한 액티브 펀드의 투자 한도 규정도 매도세를 부추긴 원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낙관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수닐 티루말라이 UBS 신흥시장 주식 전략 책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가 사실상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공급 과잉 우려는 변수로 꼽힌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개와 연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중국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의 생산 능력 확대 움직임이 시장 경쟁을 한층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신흥국 투자의 강점으로 여겨졌던 분산투자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국과 신흥국 증시를 모두 반도체 대형주가 주도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실익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