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연산까지 기지국이 맡는다…SKT, 'AI고속도로' 본격화

입력 2026-07-14 15:00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기지국을 산업 현장에 구축한다. 로봇의 데이터 처리 부담을 통신망이 나눠 맡는 'AI-RAN'을 활용해 공장 순찰과 무인 운송, 휴머노이드 저전력 운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SK텔레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하이퍼 AI 네트워크 기반 조성' 실증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회사는 2027년까지 AI-RAN 선도망을 구축하고 피지컬 AI 융합 서비스 3종을 단계적으로 실증할 계획이다.

AI-RAN은 기지국에 통신 장비뿐 아니라 인공지능 연산 자원도 배치하는 네트워크 기술이다. 로봇이나 자율주행 장비가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연산을 통신망이 분담해 단말의 부담과 전력 소모를 줄이는 구조다.

SK텔레콤은 이번 사업을 통해 초저지연·고신뢰·초정밀 통신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시험한다. 피지컬 AI가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해 움직이려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통신망과 외부 연산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4개사 장비 한꺼번에 검증
이번 선도망에는 삼성전자와 에치에프알(HFR), 에릭슨, 노키아 등 국내외 4개 제조사의 AI-RAN 장비가 투입된다. 한 사업 안에서 여러 제조사의 장비를 동시에 개발·구축하고 성능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2년에 걸쳐 AI-RAN과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5G SA 특화 기술을 적용한다. 오픈랜 환경의 통합관리시스템인 SMO와 AI 기반 네트워크 자율화 기술도 선도망에 넣어 개선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예정이다.

AI-RAN에 들어가는 CPU와 GPU 등 연산 자원도 여러 형태로 구성한다. 같은 조건에서 각 구조의 성능을 비교해 서비스 특성에 적합한 구현 방식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AI 서버와 5G 코어망의 데이터 전송장치인 UPF 배치 방식도 달리해 실측한다. 배치 구조를 달리 운용하면서 피지컬 AI 서비스에 적합한 방식을 비교·검증하는 것이다.위험지역 순찰·공장 물류 자동화실증 대상은 사족보행 순찰로봇과 무인 자율이송, 휴머노이드 저전력 모드 등 3종이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대용량 상향 전송과 초저지연, 연산 분산, 이동성, 신뢰성 등 AI-RAN의 핵심 성능을 검증한다.

사족보행 순찰로봇은 공장 내 위험지역을 이동하며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AI-RAN이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통합 관제까지 수행하는 방식이다.

무인 자율이송 서비스에는 현장에 설치된 라이다 센서가 활용된다. 센서 정보가 AI-RAN 기지국으로 전달되면 기지국이 데이터를 중앙 처리해 현장을 재현한 디지털 트윈을 구성하고, 이를 토대로 차량에 원격 주행 명령을 보낸다.

휴머노이드 저전력 모드는 로봇이 수행하던 복잡한 AI 연산 일부를 기지국으로 넘기는 기술이다. 단말의 연산 부담과 배터리 사용량을 줄여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로봇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은 SK텔레콤이 주관하는 대·중소기업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된다. 에릭슨코리아와 HFR이 장비 분야에 참여하고 인텔리빅스, 서울로보틱스, 클레비가 피지컬 AI 서비스 개발을 맡는다.

SK인천석유화학과 KG모빌리티는 수요기관으로 참여해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삼성전자와 노키아도 기지국 장비 공급과 기술 협력을 담당한다.인천·판교서 시작해 평택공장으로 확대1차 연도에는 인천과 판교에 AI-RAN 선도망을 구축한다. SK인천석유화학 사업장에는 삼성전자 장비를 적용해 사족보행 순찰로봇과 이동형 폐쇄회로TV를 활용한 산업안전 관제 서비스를 시험한다.

판교에는 HFR 장비를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리빙랩을 마련한다. 이곳에서는 무인 자율이송 서비스를 우선 검증한다.

2차 연도에는 실증 범위를 실제 산업 현장으로 넓힌다. 인천에서 시험한 산업안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판교에서 검증한 무인 운송 기술은 KG모빌리티 평택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평택공장에는 에릭슨의 5G 기술을 적용한 AI-RAN 선도망을 구축한다. 에릭슨의 SMO를 활용해 저지연·고신뢰 통신과 AI 기반 네트워크 자율 제어 기능도 함께 실증한다.

SK텔레콤은 휴머노이드 저전력 모드까지 검증한 뒤 제조와 물류, 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AI-RAN 기반 피지컬 AI 서비스의 사업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류탁기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 담당은 "국내 유일 AI-RAN 얼라이언스 이사회 회원사로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AI-RAN 선도망과 피지컬 AI 서비스를 실증할 것"이라며 "'AI고속도로'의 핵심인 AI-RAN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대중소 상생을 통해 국내 생태계의 자립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높이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