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게 땅 더 많이 준다 유언 후 처분한 母…유언 유효할까 [더 머니이스트-김상훈의 상속비밀노트]

입력 2026-07-21 06:30
자산가 A씨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장남 B씨, 차남 C씨, 딸 D씨를 키우며 살았습니다. A씨는 2016년 11월23일 자필로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그 내용은 A씨가 소유한 울산 소재 토지의 지분 60%를 B씨에게, 나머지 40%는 C씨와 D씨에게 각각 20%씩 유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가 이와 같이 유언한 이유는 평소 자신을 부양한 장남 B씨에게 더 많은 재산을 남겨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A씨는 2019년 3월28일 K지역주택조합에 위 토지를 매매대금 15억원에 매도하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망인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췌장암 말기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그로부터 불과 19일 후에 사망했습니다. K지역주택조합은 2020년 6월께 A씨의 상속인인 B씨, C씨, D씨에게 매매대금으로 각각 5억원씩을 지급하고 토지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러자 장남 B씨는 어머니가 유언으로 자신에게 토지의 60% 지분을 주려고 했으니 본인이 9억원(15억원의 60%)을 받아야 한다며 C씨와 D씨에게 각자 2억원씩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과연 C씨와 D씨는 B씨에게 2억원씩 줘야 할까요?

민법은 유언한 후 유언의 목적물이 없어진 경우에 관해 일정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유언의 목적물이 누군가에 의해 멸실되거나 훼손돼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생긴 때에는 그 권리를 유증의 목적으로 한 것으로 봅니다(제1083조). 그리고 채권을 유언의 목적으로 한 경우에 유언자가 그 변제를 받은 재산이 상속재산 중에 있는 때에는 그 변제받은 재산을 유증의 목적으로 한 것으로 봅니다(제1084조 제1항). 그런데 이 사건처럼 유언자가 목적물을 유증한 후 해당 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 그 처분대금에 대해 유언의 효력이 미치는지는 아무런 규정이 없습니다.

유언자가 유언의 목적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봅니다. 그것이 통상 유언자의 의사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1심과 2심 법원도 A씨가 유언을 철회했다고 보고 B씨의 청구를 기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A씨가 유언의 목적물을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A씨 의사가 그 처분대금을 유언의 취지대로 자녀들에게 나눠주고자 했다면, A씨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서 유언의 효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대법원 2026년 6월24일 선고 2024다260146 판결).

A씨가 유언한 이유는 자신을 부양한 장남 B씨에게 더 많은 재산을 나눠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A씨가 유증 목적물인 토지를 매도했더라도 그 매매대금은 토지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형태만 변경된 것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A씨는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췌장암 말기 환자였고 실제로 계약 체결 후 19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따라서 A씨가 그 매매대금을 수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다거나 타인에게 증여하는 등 유언과 달리 처분하려고 한 사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A씨의 유언장 및 매매계약서 작성 경위와 시기, 건강 상태 등을 종합해보면, 결국 A씨 의사는 유증의 목적물을 처분하더라도 그 매매대금을 유언의 취지대로 나눠주고자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대법원도 B씨의 청구를 인용해 C씨와 D씨에게 각각 2억원씩 반환하도록 한 것입니다.

다만 이처럼 유언자 의사를 고려해 유언장의 객관적인 문언과 다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유언의 엄격한 방식주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유언자 의사가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러스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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