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이 궁금한 게 생기면 고가의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물어봅니다. 요즘 기업들은 AI 전환과 관련한 컨설팅 의뢰는 많이 하지만 경영 전략과 기획 분야 의뢰는 크게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경영컨설팅펌 공동대표 A씨)
AI 도입이 확산하면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화이트칼라 일자리에서마저 신규 채용이 둔화하고 있다.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현상과 맞물리면서 청년들이 취업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CEO, 사람 대신 AI에 컨설팅 의뢰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문서비스업 취업자는 59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2000명 줄었다. 202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전문서비스업 취업자가 지난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본부 및 경영컨설팅 서비스업’ 취업자는 24만8000명에서 23만2000명으로 1만6000명 줄었다. 대기업 본사의 경영기획·전략기획·인사·재무 부서 인력 및 경영컨설팅펌 인력 등 화이트칼라 사무직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30대에서 전년 대비 8000명 증발해 감소세를 주도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 부장은 “전체 신입 채용 규모는 유지하면서도 경영기획과 전략기획으로 배치하는 직원은 줄였다”며 “서류 작업에 AI를 활용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에서는 퇴사 인원을 보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면 ‘회계 및 세무 관련 서비스업’(회계사·세무사 및 관련 사무 종사자)은 12만 명에서 12만5000명, ‘법무 관련 서비스업’(변호사·노무사 등)은 10만7000명에서 11만 명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이 투자·전략 관련 지출은 줄이면서도 규제 및 법적·재정적 리스크 대응에 필요한 회계·법률 기능은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팀장급 변호사는 “법무·회계·HR(인사관리) 분야는 AI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없고 기업·개인 정보가 담긴 민감한 분야여서 법률 전문가 수요는 여전히 높다”며 “신입 변호사 채용 규모는 줄이고 있지만 경력직 변호사는 더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정보원은 최근 전문서비스업의 청년층 고용 부진이 신규 채용 감소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OECD “AI 확산 혜택, 청년은 못 누려”전문서비스업은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다. 상용 근로자(정규직) 비중이 82.7%에 달하고, 월 평균임금도 477만원(회사본부·경영컨설팅 545만원, 법무 547만원)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높다. 대졸 청년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청년이 소외되며 노동시장 진입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한국경제보고서 2026’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전문서비스, 정보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개발(R&D) 등 산업에서는 전체적으로 고용이 늘었다. 하지만 29세 이하 청년층에서는 고용 감소세를 보였다.
OECD는 그 배경으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 임금·고용 안정 격차가 지나치게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지목했다. 청년들이 대기업 등 1차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하면 노동 시장 진입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구직활동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2030 ‘쉬었음’ 인구는 71만9000명에 달해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OECD는 “일자리 총량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와 유인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이중 노동시장 해소, AI 보완 역량 교육을 함께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