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질 만큼 빠졌다?…"삼전닉스 던지지 마라" 주식 대가의 조언

입력 2026-07-14 11:10
수정 2026-07-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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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지난 5월 한국경제신문과 '대가들의 투자철학' 인터뷰를 하면서 "6~7월께 반도체 대형주의 단기 차익실현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코스피 변동성이 커졌다. 코스피지수가 '6천피'까지 밀리면서 투자자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김 대표를 다시 만나 이번 조정의 성격과 앞으로의 전략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래도 주도주는 삼전·닉스▶지난번 인터뷰 때 예고한 조정이 정말 그대로 왔습니다. 여전히 주도주는 반도체일까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2027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입니다. 전력기기나 방위산업을 보면 내년 기준 PER가 20배가 넘죠. 2028년이 되면 삼성전자는 이익이 늘어나면서 PER가 오히려 더 떨어지는데, 다른 업종들은 20배에서 크게 내려오지 않아요. 그러면 뭘 사겠습니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는 사실 거들떠볼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더 강하게, 더 오래(Stronger for longer)' 갈 종목을 찾습니다. 강한 이익이 오래 지속되는 종목을 고른다는 말이지요. 지금은 이익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집중돼 있어서 다른 업종이 지수를 아웃퍼폼하기 어려운 국면입니다. 앞으로 1년 정도는 이런 흐름이 더 이어질 겁니다. 향후 1년간 보유할 주식을 꼽으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입니다."

▶반도체 외에 담을 다른 종목은 없을까요.
"바벨 전략으로 금융주를 담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장이 끝났느냐'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끝나면 장도 끝나는 겁니다. 주도주가 마지막에 꺾이고 나면 나머지 종목도 다 같이 가라앉습니다. 다 타고 난 잿더미 속에서 새로운 주도주가 다시 탄생하는 거지요. 지금 주도주가 끝났다고 보고 다른 종목으로 순환매를 노리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MDD로 본 바닥 신호▶이번 조정이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연중 고점 대비 최대 낙폭(MDD)을 보면 작년엔 15%에 그쳤고, 중동전쟁 이슈 때는 20~23%까지 두 차례 내렸습니다. 이번엔 삼성전자가 23%, SK하이닉스가 29%까지 내렸어요. 마이크론은 22%로 오히려 덜 내렸고요. 한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나올 정도로 쏠림이 컸던 데다 원래 많이 올랐던 만큼 더 떨어진 걸로 보입니다. 기술적으로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더 떨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바닥을 쳤다고 보시나요?
"워낙 주가가 2년 연속 많이 오른 만큼 그 정도 수준의 공포 심리가 반영됐다고 봅니다. 통계적으로 봐도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강세장이 살아있다면 이제 다시 올라간다고 보는 것이죠. 다만 반등 초반엔 속도가 완만할 겁니다. 투자자가 너무 쓰라린 경험을 한 만큼 주가가 오를 때마다 파는 사람이 나오거든요.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자신감이 회복되면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속도가 붙을 겁니다. 반등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전고점을 뚫겠지요." 차익 실현에 거세진 외인 매도세 ▶최근 외국인 매도가 유독 거셌던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첫째는 너무 많이 올라서입니다. 작년 코스피 지수가 70% 넘게 올랐고, 올해도 110% 넘게 뛰었지요. 많이 올랐기 때문에 떨어진 겁니다. 여기에 빌미를 제공한 게 메타의 잔여 데이터센터 임대 계획이지요. AI 과잉 투자 우려가 불거진 겁니다. 여기에 실적 추정치 상향세 고점, 메모리 가격 상승률 고점 등의 신호가 겹치며 외국인 매도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90조원어치, SK하이닉스를 70조원어치 팔았으니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차익 실현 수요가 컸던 것이겠지요.
"너무 많이 올라서 차익 실현 욕구가 가장 컸던 거죠. 미국·유럽의 아시아 및 신흥국 펀드의 경우 '5-10-40' 룰이 있습니다. 한 종목을 5%까지,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10%까지 담되 5% 이상 담은 종목의 합이 4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많이 오르고 TSMC도 많이 오르면서 한국과 대만 비중이 많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외국인이 다시 매수에 나설까요?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다시 살 여력이 생겼다고 봅니다. D램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장기공급계약(LTA) 등을 통해 이익의 가시성과 안정성이 높아지면 외국인도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다른 수급 요인은 없을까요?
"설령 외국인이 안 사거나 조금 팔더라도 그 수급을 대체할 게 있습니다. 바로 '자사주'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잉여현금흐름(FCF)이 300조원, 내년에는 450조원으로 늘어납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00조원, 내년 320조원입니다. 두 회사 모두 FCF의 50%를 재원으로 주주환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총 155조원, SK하이닉스는 총 95조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두 회사를 합치면 250조원, 하루 평균 1조500억원 규모입니다. 이게 강력한 수급 방어선이 될 겁니다."

▶장기적으로 메모리를 좋게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에이전틱 AI가 본격화되면 메모리 수요는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겁니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용자의 정보를 계속 기억해야하고, 그만큼 메모리가 더 필요합니다.
소버린 AI도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각국이 자체 AI모델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고 하지만 아직 GPU가 부족하고, GPU가 부족한 건 메모리 부족 때문입니다. 메모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오랫동안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한 상승은 결국 기다린 자의 몫"▶이번 사이클은 얼마나 이어질까요?
"당연히 중간중간 큰 변동성은 있을 겁니다. 이번보다 더 큰 변동이 올 수도 있지요. 내년에 많이 오르고 나면 1차 사이클이 끝나면서 40% 정도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전에 훨씬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음 사이클에서도 메모리와 AI에 적응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상승장을 주도할 공산이 큽니다."

▶사이클이 언제 꺾일 것이라 보십니까?
"큰 사이클에서는 주도주가 가장 마지막에 꺾입니다. 2000년 인터넷 버블 때도 나스닥이 가장 마지막에 떨어졌는데, 마지막 8개월 동안 60% 이상 올랐어요. 이번 장의 끝도 비슷할 겁니다. 나머지가 다 떨어지는데 한국과 대만 TSMC만 오르면서 밸류에이션까지 비싸지는 시점이 오면 그게 고점일 겁니다.
대부분의 사이클은 영업이익률이나 매출총이익률이 최고를 친 분기에서 고점이 형성됐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1차 사이클 고점은 올해 4분기나 내년 2분기쯤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요?
"지금은 강세장 안에서 나타난 조정이라고 봅니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불안해서 던지는 겁니다. 불안에 떨면 안 됩니다. 강한 상승은 결국 기다린 사람의 몫입니다. 팔고 나서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사람은 절대 다시 못 삽니다. 펀더멘털이 좋은 주식은 조정을 받았을 때일수록 장기로 들고 기다려야 합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