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아기가 태어나 조금 더 넓은 평수의 빌라로 가려고 하는데요.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 고민이예요."(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곽모씨)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에 거주하는 실수요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빌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져서입니다. 빌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아파트 전월세난이 심해지면서 빌라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서울 연립·다세대 전·월세 계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동구 길동에 있는 A 빌라 전용면적 61㎡는 지난달 15일 종전 2억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보증금이 1억2000만원 높아졌습니다. 암사동 B 빌라 전용 48㎡는 2억2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으로 보증금을 6000만원 올려 계약했습니다.
송파구 가락동 C 빌라 전용 58㎡는 지난달 12일 기존 보증금 4억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올려 갱신계약을, 양천구 목동 D 빌라 전용 74㎡도 지난달 22일 보증금을 1억68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6200만원 올렸습니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E 빌라 전용 54㎡는 지난달 10일 보증금이 2억77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높아졌습니다.
이런 모습은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연립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0.99%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0.09% 하락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서울은 상승률이 3.37%로 높았습니다.
거래도 증가했습니다.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1~5월 전국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매매 거래량은 7만1729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만1758건보다 16.1% 늘어난 수준입니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아파트보다 손바뀜이 잦지 않고 한 번 빌라에 들어오면 잘 이동하지 않으려는 탓에 임대차 물건이 많지 않다"며 "실수요자가 집을 알아보러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갈 때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빌라 전·월세 시장 불안이 커진 것은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2016~2025년) 대비 20~30% 수준입니다. 올해 5월 누계 착공 실적도 1만2358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했습니다.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불안도 빌라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빌라가 아파트의 대체재 성격을 띠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첫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42% 올랐습니다. 강동구 2.97%, 송파구 2.88%, 영등포구 1.93%, 동작구 1.76% 등 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 전셋값은 껑충 뛰었습니다.
임대차 물건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의 서울 자치구별 전·월세 물건 비교에 따르면 송파구 매물은 6922건에서 2587건으로 62.7% 줄었습니다. 구로구도 687건에서 269건으로 60.9% 급감했습니다. 금천구는 320건에서 157건으로 51%, 도봉구는 541건에서 266건으로 50.9% 줄었습니다. 동대문구는 1375건에서 706건으로 48.7%, 영등포구는 1336건에서 712건으로 46.8%, 노원구와 양천구는 각각 46.7%, 42.1% 감소했습니다.
송승헌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실 아파트 공급보다 더 시급한 게 빌라 공급 문제"라며 "비아파트 시장 내에서의 수요가 상당한 편인데 공급이 많지 않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아파트 시장 전월세난도 빌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다만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빌라로 하향 이동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아파트 시장 불안이 빌라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공급이 이뤄진 것은 아닌 만큼 빌라 가격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시작한 전월세난이 빌라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빌라 임대차 가격마저 오르면 세입자는 면적을 줄이거나 생활권을 옮기는 등 주거 선택지를 점점 좁혀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