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내역과 결제 금액을 확인한 뒤 버리던 종이 영수증이 예상밖의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발적 온라인 공유와 대중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일상적 소비 공간에서 쉽게 접하는 영수증에 브랜드 고유의 개성과 정체성을 담아내는 시도가 눈에 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가MGC커피 매장에서 신메뉴 디저트를 주문한 소비자가 받은 이색 영수증 문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게시된 영수증 하단에는 주문 내역과 함께 '붉은 스무디의 흔적을 남기지 마십시오'와 같은 경고성 문구가 인쇄돼 있다.
이는 온라인 문화에서 유행하는 '나폴리탄 괴담' 형식을 차용한 기획이다. 나폴리탄 괴담이란 일상적 안내문이나 규칙 속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금지 수칙을 배치해 읽는 사람이 스스로 불길한 상상을 하도록 만드는 공포 서사 장르다.
메가MGC커피는 제품의 고유한 성질과 특성을 이 같은 괴담 특유의 서늘한 수칙 형태로 패러디해 표현했다. 주문 기기 화면에 거미줄 등의 연출을 더하고, 소비자가 온라인상에서 허구의 규칙을 추가로 만들어내는 상황극을 유도하며 신메뉴 제품군의 시각적 재미와 콘셉트의 통일성을 내세운 것이다.
기존에는 영수증이 지출 증빙용 확인서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으로서 위상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방적 광고와 달리 소비자가 결제를 마친 뒤 직접 손에 쥐는 인쇄물이라는 점에서 정보 전달과 몰입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영수증 하단의 문구나 뒷면 디자인 같은 작은 변화가 소비자의 자발적인 SNS 공유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브랜드 호감도를 높여 재방문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영수증이 일종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전환돼 대규모 광고비 없이 홍보 효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미쉐빙청은 매장 영수증을 짧은 연재 소설 채널로 활용했다. 브랜드 마스코트가 고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 커피숍을 여는 내용의 20화 분량 소설을 영수증에 무작위로 인쇄해 발급한 것. 소비자에게 각기 다른 회차의 영수증 소설이 지급되자 온라인상에서는 원하는 회차를 구하기 위한 인증 사진과 교환 게시물이 급증했고, 중국 SNS 웨이보에서 관련 핵심어 조회수가 3790만회를 기록하는 등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이외에도 헤이티, 차지티 등 중국 차 브랜드들 역시 영수증 뒷면을 브랜드 개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헤이티는 영수증 뒷면을 검은색 바탕으로 처리하고 흰색 글씨로 브랜드의 제품 철학을 상세히 수록했다. 차지티는 뒷면에 짙은 푸른색 바탕과 화려한 브랜드 로고 디자인을 적용, 소비자가 영수증을 하나의 소장용 디자인 소품처럼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이처럼 영수증을 다각도로 활용하는 시도는 식음료 영역을 넘어 문화·유통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대전의 한 독립서점에서는 영수증 하단에 그날의 서점 일기를 인쇄해 발급하는 방식으로 독자들 주목을 받았다. 영수증이라는 사소한 접점에 서점의 정체성을 담아 소비자가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재방문하도록 유도한 사례다.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디마이너스원이 기획해 글로벌 광고제 '칸 라이언즈 2026'에서 수상한 '생명을 지키는 영수증' 캠페인이 대표적 사례다. 이주배경가정이 주로 찾는 로컬마트에서 육아용품을 구매할 때 영수증에 각국 언어로 필수 예방접종 정보를 인쇄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캠페인은 시작 5일만에 목표치의 920%를 초과 달성하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가볍게 버리던 영수증이 이제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내 공유를 유도하는 수단이 됐다"며 "작은 디테일로 소비자의 유희적 경험을 만족시키고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영수증 활용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