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인 듯 강제 아닌 강제 같은 주 4.5일제 [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입력 2026-07-16 07:00
수정 2026-07-1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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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주 5일제는 법으로 왔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소정근로시간 상한을 일괄해서 낮췄고, 기업은 규모별 시행 시기에 맞춰 따라가면 됐다.

한편 2026년의 주 4.5일제는 다른 길로 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법 제정으로 일괄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근로 시간을 줄인 기업을 지원하는 자율 도입 방식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강제가 아니다'는 말에 안도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강제 여부와 준비 필요성은 별개의 문제다. 주 4.5일제의 입법 흐름을 정리하고, 자율 도입이라는 형식 뒤에 놓인 실무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때다.강제인가, 자율인가...'방치'는 곤란

입법 경과를 보면 정부의 방향은 분명하다. 2025년 12월, 노사정이 실노동시간 단축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2026년 1월부터는 '워라밸+4.5 프로젝트'가 시행돼 근로 시간을 단축한 기업에 대상 근로자 1인당 월 20~60만원, 신규 채용 1인당 월 60~80만원을 지원한다. 2026년 5월에는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지원위원회 설치, 종합계획 수립, 실태조사, 재정 지원이 핵심이다. 기업에 의무를 지우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자율이라는 말을 '방치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정부 지원금, 조달·평가상의 우대, 채용 경쟁이 겹치면 도입 압력은 법 없이도 높아진다. 경쟁사가 금요일 오후를 비우기 시작하면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리는 왜 안 하느냐'는 질문이 내부에서 먼저 나온다. 그때 가서 설계를 시작하면 늦다.
핵심은 근로 시간표 아닌 임금

주 4.5일제 준비에서 가장 무거운 쟁점은 근로 시간표가 아니라 임금이다.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면서 월급 총액을 유지하면 시간급 통상임금 단가가 올라간다. 단가가 오르면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나아가 퇴직금까지 꼬리를 물고 올라간다. 근로 시간 10% 단축이 인건비 10%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반대로 단축분만큼 임금을 비례 조정하면 이번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문제가 등장한다.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단체협약과 개별 근로계약도 함께 손봐야 한다. 주 36~40시간 사이의 근로, 이른바 법내 연장근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미리 정해야 한다. 법정 가산 수당 의무가 없는 구간이라도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문언, 단시간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지급 의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점검해야 하는 4가지는?

성공적인 주 4.5일제 도입을 위해 기업이 점검해야 하는 4가지는 무엇일까.

첫째, 설계다. 소정 근로를 줄일 것인지, 총량은 유지하되 탄력·선택 근로를 병행할 것인지부터 결정한다. 금요일 4시간 근무 같은 단축 방식, 전사 동시 적용인지 부서별 순환인지까지 고려한다. 단축 요일을 금요일로 할지, 직원이 선택하게 할지 같은 사항도 중요하다. 정답은 업종과 직군에 따라 다르다. 사무직 중심 회사와 교대제 생산 사업장이 같은 그림을 그릴 수는 없다.

둘째, 보상안이다. 총액 임금 유지안과 비례 조정안의 연쇄효과를 통상임금 단가부터 퇴직금까지 수치로 확인한다. 소정근로시간이 줄면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달라지므로 수당 체계 전반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교대 수당이나 고정연장수당이 있는 회사라면 한층 복잡해진다. 정부 지원금을 반영한 '순부담'도 셈해야 한다. 방향을 정하기 전에 비용의 크기를 알아야 한다.

셋째, 합의 로드맵이다. 임금 조정이 수반되면 불이익 변경 동의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의 개정은 피할 수 없다. 동의받았다는 사실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설명 자료와 의견 수렴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둬야 추후 절차 유효 여부를 다투는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노사가 어떤 패키지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도 미리 그려둬야 한다. 근무 시간 단축은 노조에도 숙원이므로 임금 등 다른 의제와 묶어 교섭의 지렛대로 삼을 여지가 크다.

넷째, 운영이다. 줄어든 근로 시간은 회의·보고·반복 업무를 줄여 흡수할 수밖에 없다. 업무량은 그대로 두고 시간만 줄이면 결국 숨은 연장근로가 늘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교대제 사업장은 인력 재설계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금은 이 비용을 낮추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주 4.5일제는 준비된 회사에게만 '자유'

기업은 위 4가지를 설계, 보상, 합의, 운영이라는 순서 그대로 점검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건너뛰면 나머지가 흔들린다. 이 순서를 지켜야 비로소 회사는 주 4.5일제를 도입할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주 4.5일제는 문을 두드리며 오지 않고 시장을 타고 스며든다. 도입 여부는 각 기업이 선택할 문제다. 다만 그 선택은 임금 구조와 규정 정비가 끝난 기업에만 열려 있다. 준비된 회사만이 자율을 자율답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