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망할 줄은…10년 모은 결혼자금 하루아침에 0원 됐다"

입력 2026-07-13 16:44
수정 2026-07-13 16:56


"JTBC가 망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방송사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JTBC·중앙그룹 채권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회사채 발행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한 검사를 촉구했다. 공동변호인단은 "투자적격(BBB) 등급으로 발행된 회사채가 불과 넉 달 만에 부도에 이르렀다"며 발행사뿐 아니라 주관사와 판매사, 신용평가사 등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는지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좌 0원"된 투자자들…금감원 검사 촉구13일 JTBC·중앙그룹 회사채·전단채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신청인 250명, 피해액 약 325억2000만원 규모의 피해 현황과 검사 확대 요청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 자체 집계 기준 개인투자자는 450여 명, 투자금은 약 760억원에 달하며 피해 접수는 계속 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생 모은 노후자금을 JTBC 회사채에 투자했다"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B씨는 "아들이 19살부터 아르바이트와 직장생활을 하며 10년간 모은 결혼자금이 계좌에서 하루아침에 0원이 됐다"고 말했다. C씨는 "매달 받던 이자 36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며 "국민연금 40여만원과 채권 이자로 겨우 생계를 이어왔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끊겼다"고 울먹였다. 이들은 "단순한 투자 손실 보상이 아니라 회사채 발행과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됐는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채는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인식돼 개인투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은 아니며, 발행회사가 부도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부실채권인데 투자자 보호는 없었다" 주장이날 변호인단은 JTBC가 2025년 2월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 실제로는 빚이 자산보다 많은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계열사가 인수한 신종자본증권 1544억원을 자본으로 반영하면서 회계상 자본잠식은 피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제 자본은 마이너스 1354억원에 달했고 결산 직전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 발행해 완전자본잠식을 면했다는 설명이다.

대표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에 대해서는 JTBC의 재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기업실사보고서에는 자본잠식, 신용등급 하락, 누적 적자 등 위험요인을 기재하고도 투자설명서에는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방문실사도 하루짜리 유선회의로 대체됐고 수요예측이 발행 예정액에 미달했는데도 증액 발행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유통 과정에서도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자본잠식 공시 이후에도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는 연 8%대 금리만 강조됐을 뿐 위험성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고, 이는 금융당국의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다크패턴'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일임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위험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키움증권에 대해서는 JTBC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상담원이 해피콜 거부를 직접 안내·유도한 녹취를 확보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절차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전단채 차입금 206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것이 JTBC 부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금감원에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뿐 아니라 한양증권, 장내 중개 증권사, 투자일임사, 신용평가사까지 검사 대상을 확대하고, 이메일·메신저·상담 녹취 등 핵심 자료에 대한 즉각적인 증거보전 조치를 요청했다. 향후 중앙그룹 계열사 회사채 전반으로 의견서 제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동변호인단에 참여한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개인의 회사채 투자 규모가 수십조원대로 커지면서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은 상품 제조와 발행, 유통 과정에서 적절한 스크리닝이 있었는지,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는지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