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큼 팔았다?…10주 내리 팔던 연기금, 삼전닉스 '줍줍'

입력 2026-07-13 10:41
수정 2026-07-14 20:05
이 기사는 07월 13일 10: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연기금이 10주 연속 이어온 국내주식 순매도를 끝내고 11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대폭 높인 직후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20% 가까이 조정받으면서 리밸런싱을 위해 처분해야 할 물량이 빠르게 줄어든 영향이다. 이번 수급 반전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정해진 물량을 기계적으로 쏟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는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으로 통하는 ‘연기금 등’은 지난 6~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9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 4월 하순 이후 11주 만의 주간 순매수다. 7월 첫째 주 순매도액이 1185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둘째주에는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거래소가 국민연금을 별도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연기금 등 수급의 상당 부분을 국민연금이 차지해 시장에서는 사실상 국민연금의 매매 흐름으로 본다.

국민연금은 7월 리밸런싱 유예 종료를 앞두고 국내주식 매도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기준을 손질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였다.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상단도 19.9%에서 26.8%로 확대했다. 주가 급등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크게 높아진 현실을 목표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기계적으로 처분해야 할 잠재 물량부터 줄인 것이다.

여기에 코스피 조정이 겹치면서 추가 매도 부담은 더 낮아졌다.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9114.55까지 올랐지만 이달 10일에는 7475.94로 내려왔다. 고점 대비 약 18% 하락한 수준이다. 단기간 급등한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데다 미국 증시 변동성과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면서 지수가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가 8400선이던 당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약 29.1%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SAA 허용 상단인 26.8%를 2.3%포인트 웃도는 수준이다. 이후 지수가 7000대로 내려오면서 보유 주식의 평가액과 전체 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표비중과 허용 상단을 높인 데 이어 주가까지 하락하면서 초과 비중이 빠르게 축소된 셈이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물량은 매도를 시작하는 시점에 확정되는 고정값이 아니다. 국내주식 평가액을 전체 기금 평가액으로 나눠 비중을 산출하기 때문에 국내외 주식과 채권 가격, 환율이 움직일 때마다 매도 필요액도 달라진다. 코스피 9000선에서 산출한 초과 물량도 매도 기간에 지수가 내려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 안으로 들어오면 모두 처분할 필요가 없어진다. 해외자산 가격 상승이나 원화 약세로 해외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날 때도 국내주식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특정 시점의 국내주식 평가액에 초과 비중을 단순히 곱해 수십조원의 매도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이유다.

유예 종료 전부터 물량을 분산한 점도 7월 이후 부담을 덜었다. 연기금 등은 지난 5~6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36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국민연금도 6월부터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식으로 국내주식 비중 조정에 나섰다. 새 지침에 따라 초과 비중을 수개월에 걸쳐 해소할 수 있게 되면서 유예가 끝난 뒤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기보다 지수와 시장 유동성에 맞춰 매도 강도를 조절할 여지도 커졌다.

지난주 수급에서는 국내주식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 선별적으로 다시 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연기금 등은 SK하이닉스를 1109억원어치 순매수했고 S-Oil과 삼성전자를 각각 793억원, 720억원어치 사들였다. 기아와 대한항공, 신한지주, 삼성전자우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기계적인 매도 부담이 낮아지면서 반도체와 정유, 금융 등 업종별 전망에 따른 종목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고점에서 계산한 초과 물량을 정해진 기한 안에 모두 처분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지 않는다”며 “목표비중을 크게 높인 뒤 코스피까지 조정받았고 매도 기간도 길어진 만큼 실제 매도 필요액과 하루 수급 부담은 시장의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