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없어도 저의 조수미 콩쿠르는 계속 남았으면 좋겠어요"

입력 2026-07-13 10:23
수정 2026-07-13 14:39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샤토 드 라 페르테 앵보(Chateau de La Ferte-Imbault). 제2회 조수미 국제성악콩쿠르 결선을 앞두고 만난 소프라노 조수미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이번 대회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3명이나 파이널에 들어가는 게 처음이라서 너무 놀랐어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세 명 다 들어갈지 몰랐어요.”

처음 선발된 본선 진출자 8명 가운데 한국인이 3명이었다. 이후 전날 진행된 패자부활전에서 관객 투표로 1명, 심사위원장이 1명, 조수미가 1명을 추가로 선발하면서 최종 결선 진출자는 11명이 됐다.

“우선 한국 성악가들은 이미 인정을 받은 것 같아요. 라 스칼라, 로열 오페라하우스,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 관계자들이 다 나와 있는데, 첫 라운드 끝나자마자 벌써 세 명을 다 본선에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 보면.”



조수미라는 브랜드

지난 2024년 34개국에서 약 400명이 지원했던 이 대회에 올해는 55개국에서 약 500명이 몰렸다. 조수미는 규모가 커진 것뿐만 아니라 참가자 전체의 수준 역시 한 단계 올라갔다고 평가한다.

“첫 번째 에디션보다 수준이 더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습니다.”

좋은 콩쿠르라는 평판은 단순히 높은 상금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2회 조수미 국제성악콩쿠르가 단기간에 세계 성악계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수상 이후'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지원이 큰 몫을 한다. 지난 대회 입상자들은 한국과 중국 순회공연을 통해 국제무대 경험을 쌓았고, 일부는 유럽 주요 극장에 진출하며 커리어를 이어갔다. 여기에 라 스칼라,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정상급 오페라 극장 관계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콩쿠르 자체의 신뢰도도 높아진 이유도 있다.

조수미는 “상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이 대회를 단순한 경연이 아니라 세계 무대로 연결되는 관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신뢰가 2회 만에 참가국과 참가자 수는 물론 전체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라이벌이 아니라 친구

조수미가 이 대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순위가 아니라 사람이다.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성 주변의 저택에서 함께 지낸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경쟁자들이지만, 이 기간 동안 만큼은 라이벌이 아니라 친구가 되는 분위기다.

조수미는 이 콩쿠르를 경연이라기보다 젊은 성악가를 키우는 프로젝트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그 설계의 핵심이 시상식 이후에 있다는 점이다.

“상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세워야 합니다”

조수미는 시상으로 끝나는 많은 콩쿠르의 한계를 여러 번 지적했다. 이와 다르게 조수미 국제성악콩쿠르의 입상자들에게는 한국 투어, 해외 투어, 대형 공연장 출연이 이어진다. 1회 입상자들이 실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그는 이 방식에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젊은 성악가가 국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단 무대에 많이 서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무대에서 자신보다 나은 아티스트랑 같이 서 보면 엄청나게 크게 성장합니다.”



빅시스터, 이제는 조금 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조수미는 1회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참가자들의 '빅시스터'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마음은 조금 달라졌을까. 2회 대회를 맞는 소감에서 어쩐지 둘째 아이 키우는 어머니의 노련함마저 느껴진다.

“아이들이 정말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첫 대회 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한 마음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두 방향의 교류

데뷔 40주년을 맞았지만 조수미는 여전히 많은 것을 꿈꾼다. 숨 쉬는 동안은 계속 움직이고 일하고 꿈꾸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특히 두 가지 흐름을 동시에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 성악가들을 유럽 무대에 세우는 일, 그리고 해외 성악가들에게 한국 가곡을 부르게 하는 일이다. 그의 콩쿠르 참가자들 중 일부는 KBS <K-가곡 슈퍼스타>에도 참가해 성과를 낸 바 있다.

앞으로는 아시아 지역의 오프라인 예선을 중국, 싱가포르를 넘어 일본, 남미, 호주 등으로 넓히는 것이 목표다. 야외 오케스트라 공연과 음악 페스티벌 형태로의 확장도 구상 중이다. 교통과 숙박 인프라가 갖춰지면 세계적인 음악 축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남기고 싶은 그 무엇

조수미가 말하는 궁극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그 무엇이다. 자신이 없어도 이 콩쿠르가 계속 이어지는 것.

“제가 없어도 이 콩쿠르는 계속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수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고 젊은이들을 사랑해서 이 대회를 만들었는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솔로뉴(프랑스)=김은진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