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 승인 ‘바늘구멍’…통과율 1.9%

입력 2026-07-13 09:48
이 기사는 07월 13일 09: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용 전력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망 제약으로 신규 개발이 제한되면서 이미 전력과 입지를 확보한 자산의 희소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가 발간한 ‘한국 데이터센터 투자: 공급 제약이 만드는 희소성 프리미엄과 엑시트 가능성 진단’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를 신청한 사업은 총 522건으로 집계됐다. 신청 전력 규모는 3만3592㎿에 달했다.

이 가운데 최종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에 그쳤다. 신청 건수 기준 최종 승인율은 1.9%다. 용량 기준으로도 전체 신청량 가운데 1010㎿만 승인돼 통과율이 3%에 불과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 사용 시설이 전력망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심사하는 절차다. CBRE는 이 제도가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의 핵심 진입 장벽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1차 기술검토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전력 공급 승인까지 이어지는 사업은 극소수라는 설명이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급량은 2028년까지 14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신규 개발 가능 지역이 전력 확보 여부에 따라 선별되면서 시장은 수요가 많은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식에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따라가는 ‘전력 추종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물량도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임대료는 2019년 ㎾당 약 14만원에서 지난해 약 25만원으로 70% 넘게 상승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와 국내 대형 정보기술 플랫폼이 실질 임차 수요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중국계 클라우드 업체와 AI 컴퓨팅 인프라를 빌려주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금융회사, 공공·소버린 AI 관련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임차 수요층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시장에서는 전력과 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금 회수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CBRE가 올해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데이터센터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글로벌 인프라펀드와 데이터센터 전문 자본으로 잠재 매수자가 확대되면서 우량 자산의 매각 경로도 다양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CBRE는 국내 시장이 2026~2027년 공급 희소성 인지 단계, 2028~2029년 거래 활성화 단계를 거쳐 2030년 이후 투자 안정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국내 데이터센터의 자본환원율이 이미 아시아태평양 주요 도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낮아진 만큼 임대차 구조와 재계약 가능성, 운영 방식, AI 서버 고도화에 따른 설비 교체 비용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 상무는 “전력과 입지, 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자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프라 자본과 데이터센터 전문 자본의 투자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며 “기술 진부화 대응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정밀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