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드래곤'으로 다시 태어난 문체부 전 차관, AI 작곡 경연 우승

입력 2026-07-12 14:24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곡 경연에서 우승했다. AI를 활용해 셰익스피어 소네트 154편을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낸 성과다.



가요계에 따르면 용 전 차관은 지난 10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린 ‘AI 러브 재즈’ 결선에 해당하는 ‘더 그랜드 피날레 갈라’에서 곡 ‘프로즌 엣지’로 우승을 차지했다. AI 러브 재즈는 올해로 60회를 맞은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일정 중 마련된 AI 작곡 기반 경연이다. 올해 처음 개최돼 준결선에서 15곡, 결선에서 5곡이 경쟁했다. 용 전 차관은 ‘닥터 드래곤’이란 예명으로 곡을 냈다.

용 전 차관은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3년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들어온 뒤 3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지내다가 지난해 8월 퇴임했다. 평소 드럼을 즐겨 연주하고 음반 1만여장을 모으며 음악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퇴임 이후엔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 교육 기관인 SM 유니버스에서 AI 작곡 과정을 이수했다.



닥터 드래곤은 셰익스피어가 14행 영어 정형시인 소네트로 쓴 시 154편 모두를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 소네트에 맞춰 작사한 뒤 AI 음악 생성 서비스인 수노를 활용해 작품 뼈대로 잡고 음악 편집 프로그램(DAW)으로 보완했다. 이렇게 만든 곡인 프로즌 엣지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97번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3분59초 길이 곡이다. 드럼과 색소폰의 청량감이 시원한 남성 보컬과 어우러지며 팝 분위기를 낸다. 보컬 가창도 AI를 활용해 제작됐다.

AI 러브 재즈에선 다른 한국인 작곡가들도 활약했다. 준결선 15곡 중 6곡, 결선 5곡 중 2곡이 한국인 작품이었다. 용 전 차관의 이번 작곡은 ‘셰익스피어 소네트 프로젝트:다이버스’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는 재즈, 힙합, 인디록, K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셰익스피어 소네트의 콘셉트와 메시지를 살려 154곡을 완성해 연작 앨범 출시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용 전 차관은 SNS를 통해 “성과와 별개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시간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다”며 “이번 공모전은 AI가 본격적으로 음악 창작자의 생태계에 진입해 창작의 범주와 방법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