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진 日 대기업…"월급 150만원 더" 파격 승부수 [도쿄나우]

입력 2026-07-12 13:56
수정 2026-07-12 14:07


“인공지능(AI) 잘쓰면 월급 150만원 더, 특진 기회도 준다.”

최근 일본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을 급여와 인사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해외에 비해 기업 현장의 AI 도입이 늦다는 위기감 속에서 직원들의 자발적인 활용을 끌어내기 위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혼다는 AI 역량을 갖춘 직원을 3단계로 인증하고 기본급과 별도로 월 최대 15만엔의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를 포함한 일본 내 전체 직원 약 4만5000명이 대상이다.

2026년 7월 현재 인증을 받은 직원은 280명이다. 혼다는 이를 수년 안에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직원이 스스로 지원하면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해 역량을 평가하며, AI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업무 성과를 낸 경험 등이 주요 심사 기준이다.

패밀리마트는 AI 활용을 일부 전문 인력에 국한하지 않고 전 직원의 인사 목표에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4월부터 직원 4500명에게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계획을 인사평가 목표에 포함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의 실행 성과도 실제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매장 운영을 지도하는 슈퍼바이저와 관리부문 등 직무별로 AI를 활용하기 쉬운 정도가 다르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패밀리마트는 전담 조직과 교육을 받은 ‘AI 추진자’를 두고 각 부서와 직원의 활용을 지원해 직종별 불공정 논란을 줄이기로 했다.

전일본공수(ANA)는 2024회계연도부터 AI 활용 성과를 인사평가와 급여에 반영하고 있다. 정비사가 항공기 엔진의 육안 검사를 AI 이미지 분석으로 효율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실제 성과도 나오고 있다.

ANA는 AI 성과를 일반 업무 실적과 분리해 평가한다. 활용 난이도와 정량적 성과, 효과가 미치는 범위와 지속성 등을 따지고, 직무 등급별로 기대 수준도 다르게 설정한다. 낮은 직급의 직원이 큰 성과를 냈을 경우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미쓰비시상사는 2027회계연도부터 일본딥러닝협회의 ‘G검정’ 취득을 과장급 관리자의 승진 요건으로 정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들이 AI 도입의 첫 단계로 직원 교육과 자격 인증, 성과 보상을 결합한 인사제도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퍼솔캐리어가 지난 2월 제조업과 통신업 등 AI를 도입한 500여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사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20%에 그쳤다. 상당수 기업은 디지털 부문이나 일부 조직에만 활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었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는 보상과 승진을 통해 AI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I 활용을 평가할 때 단순 사용량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일부 직원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에도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직원별 AI 도구 이용 순위를 공개하는 방식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도 기업들의 AI 전환에 맞춰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특정 산업과 업무에 특화한 ‘버티컬 AI’와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를 일본 AI 산업의 양대 축으로 설정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0일 제5회 인공지능전략본부 회의를 열고 제2기 AI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 분야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AI 로봇의 연구개발과 양산을 국가가 지원해 일본을 조기에 AI 로보틱스의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