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넘어 치료까지”…AI 정밀의료 승부수 띄운 비욘드디엑스

입력 2026-07-13 07:00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소진 비욘드디엑스(BeyondDX) 대표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 대표는 연구실의 혁신만으로는 의료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다. 임상 근거와 규제 대응, 생산 체계를 모두 갖춰야 비로소 의료기기가 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2023년 8월 설립된 비욘드디엑스는 혈액 기반 다중 바이오마커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정밀의료 플랫폼 기업이다. 암과 정신질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회사명에는 기존 진단(DX·Diagnosis)의 한계를 넘어 의료 현장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비욘드디엑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폐암 조기 체외진단 의료기기 '포어체크 LC(ForeCheck LC)'다. 이 제품은 저선량 흉부 CT(LDCT) 검사에서 발견된 폐결절의 악성 가능성을 혈액검사만으로 분석하는 AI 기반 정밀진단 솔루션이다.

기존에는 양성 폐결절 환자도 반복적인 CT 촬영이나 조직검사를 받는 사례가 많았다. 포어체크 LC는 혈액 내 다중 바이오마커와 AI 분석을 통해 의료진이 추가 검사와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 대표는 "암은 하나의 바이오마커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AI가 다양한 생체 정보를 통합 분석해야 의료진에게 의미 있는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욘드디엑스가 지향하는 것도 단순한 진단기기가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도구(Clinical Decision Support Tool)'다.

정 대표는 기술보다 사업화가 더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AI 의료기기는 기술력뿐 아니라 임상시험, 인허가, 품질관리 시스템까지 모두 검증받아야 하고, 연구개발을 마친 뒤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는 연구개발 이후"라며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 확보와 임상 근거 축적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말했다.

비욘드디엑스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추진하는 '경기도 의료기기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사업화 기반을 마련했다. 제품 기획부터 시제품 제작, 시험·분석까지 지원받으며 의료현장 수요를 반영한 제품 개발을 추진했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제품 제작과 시험·분석을 지원받으면서 사업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경과원의 지원은 연구개발을 시장으로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비욘드디엑스는 폐암 조기진단을 시작으로 다중암 조기진단(MCED), 면역항암제 치료반응 예측, 미세잔존질환(MRD) 모니터링, 정신질환 진단으로 플랫폼 적용 범위를 넓혔다. 궁극적으로는 개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AI 기반 정밀의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회사는 최근 세계 최대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에서 폐암 진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저선량 CT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폐결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폐암과 양성 결절을 높은 정확도로 구분하는 성능을 확인했다.

회사는 올해 확증 임상을 시행한 뒤 2027년 국내 인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며, 국내 사업화와 함께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의료는 앞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비욘드디엑스는 단순한 진단기업이 아니라 의료진의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정밀의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