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가 있으면 진단 최대 15년 전부터 업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은 치매도 사회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핀란드 동부대학(UEF) 연구진은 최근 미국신경학회 학술지(뉴롤로지)에 2010~2021년 핀란드 초로기 치매 환자의 소득과 생산성 손실 규모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초로기 치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65세 이전에 생기는 치매를 말한다. 노동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하는 젊은 시기에 치매가 생기면 조기 퇴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체 치매 환자 중 초로기 치매 환자는 15%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59.6세인 초로기 치매 환자 793명의 연평균 소득을 치매가 없는 그룹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초로기 치매 환자의 생산성은 진단 15년 전부터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환자 1인당 누적 손실 규모는 7만4577유로(약 1억2800만원)였다.
치매 유형별로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가 달랐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진단 6년 전부터 생산성이 떨어졌다. 전두엽 치매 환자는 진단 11년 전부터 생산성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초로기 치매 환자의 1인당 연평균 생산성 손실액은 1만2000유로로, 핀란드 평균 급여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했다. 젊은 나이엔 인지장애 등이 생겨도 치매라고 생각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고 이 때문에 생산성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초로기 치매는 50대 환자가 많지만 30~40대 젊은 나이에도 생길 수 있다. 노인성 치매보다 뇌세포가 더 빠르게 망가져 인지 능력도 가파르게 저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상이 시작되는 초기부터 시공간 지각 능력이나 언어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환자가 많다.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생기는 치매가 노인성 치매보다 많은 것도 초로기 치매의 특징이다.
그간 익숙하게 수행하던 업무인데도 실수가 반복되거나 복잡한 계획을 세우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초로기 치매일 가능성이 있다.
참을성이 없어지고 충동적 행동이 잦아지거나 언어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도 치매 증상 중 하나다. 전두측두엽 치매가 있으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충동적으로 사회 규범에서 심각하게 벗어난 돌발 행동을 하는 일이 잦아지거나 의사소통 장애가 생겼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습관처럼 술을 마시거나 우울증, 영양 결핍 등이 있을 때도 초로기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런 치매는 원인이 된 습관 등을 교정하면 회복되기도 한다. 치매가 생긴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진은 "초로기 치매가 미치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초로기 치매 환자를 위한 직장 중심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