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반팔 티셔츠 위에 민소매를 겹쳐 입거나 바지 위에 치마를 덧입는 ‘레이어드룩’이 최근 인기다. 여성복 시장에서 유행한 크롭티와 원숄더, 걸코어 스타일도 아동의 체형과 활동성에 맞춘 ‘언니룩’으로 재해석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의 패션 롤모델이 TV 속 연예인과 아이돌을 넘어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에 등장하는 또래·대학생 크리에이터로 넓어진 영향이다. 과거 성인복 유행이 아동복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에서 1년가량 걸렸다면, 최근에는 숏폼 콘텐츠를 통해 유행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주니어 패션의 트렌드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돌 대신 ‘릴스 속 언니’ 따라 입는다어린이와 청소년의 콘텐츠 소비 중심은 TV에서 온라인 영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가도서관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 어린이·청소년 독서 및 도서관 이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이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콘텐츠는 유튜브·틱톡 등 동영상 시청으로, 응답률이 57.2%에 달했다. 게임(44.5%)과 TV 시청(35.5%)을 웃돌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에서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응답자의 95.1%가 온라인 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영상 시청 시간은 200.6분으로 3시간을 넘었다.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은 인스타그램 릴스가 37.2%로 가장 많았고 유튜브(35.8%), 유튜브 쇼츠(16.5%)가 뒤를 이었다.
짧은 영상에서 크리에이터가 선보인 옷차림이 곧바로 구매로 이어지면서 패션에 대한 자기주장을 시작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12~15세인 ‘프리틴’ 세대가 주니어 패션의 핵심 소비층이었다면 최근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인 패션의 디자인과 코디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상품의 판매도 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여아 주니어 브랜드 더데이걸이 내놓은 ‘레이어드 골지 반팔티’는 당초 준비한 물량이 완판돼 디자인을 확장하고 6차 재주문에 들어갔다. 허리 부분에 셔링을 넣고 민소매를 겹쳐 입은 듯한 배색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이다. 8~10세 아동을 겨냥한 일로딜로의 ‘반팔 레이어드 가디건’과 ‘도트 레이어드 반팔티’도 정상가 판매율이 평균 60%를 넘어 각각 4차와 3차 재주문을 진행하고 있다.
신디키즈에서는 티셔츠 위에 스포티한 뷔스티에를 겹친 ‘뷔스티에 반팔 티셔츠’와 바지 위에 치마를 덧댄 ‘걸코어 트랙 와이드 팬츠’가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레이어드 스타일 상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신디키즈의 지난 5월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배꼽 가리고 어깨끈 두껍게아동복 업체들은 성인복 트렌드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부모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조정하고 있다. 크롭티는 배꼽이 드러나지 않도록 기장을 늘리고, 원숄더 제품은 어깨끈을 두껍게 만들어 속옷이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는 식이다. 트렌디한 외관은 유지하되 활동성과 실용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성인 여성복 트렌드가 ‘언니티’ 형태로 재해석돼 초등학생들의 옷장으로 즉시 내려오고 있다”며 “크롭티나 원숄더처럼 성인 패션을 반영한 제품도 기장과 끈 두께, 활동성 등을 아동 고객에 맞게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패션뿐 아니라 뷰티 분야에서도 소비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11.1%가 립스틱이나 틴트 등 색조화장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처음 화장을 시작한 시기로는 초등학교 5학년이 가장 많았다. 화장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 역시 유튜브와 SNS 등 온라인 콘텐츠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필요한 옷을 골라주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아이가 숏폼에서 본 제품과 코디를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니어 패션 시장에서도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상품 기획력과 부모가 납득할 만한 안전성·실용성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