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에서 올여름 밤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며 열대야 일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단체 버클리어스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유럽을 포함한 유럽 최소 15개국의 수백 개 관측지점에서 밤 최저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기준 최저기온 최고 기록을 세운 국가는 25개국이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는 분석 대상 관측소의 절반 이상이 6월 최저기온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27일 독일 드레스덴 동쪽 쿱슈츠에서는 최저기온이 29.4도까지 오르며 독일의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기록을 큰 폭으로 넘어섰ek. 독일 피르마젠스는 4.9도, 프랑스 생파르조는 5.3도, 영국 캠본은 4.2도 각각 상승했다.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는 밤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열대야로 분류한다. 지난달 프랑스 대다수 지역은 열대야가 7일 이상 이어졌고, 영국도 5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마크 매카시 영국기상청 과학관은 유럽 대륙 상당수 지역에서 과거에는 드물었던 열대야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며, 기후 예측상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연중 가장 더운 열흘 밤의 평균기온이 10년마다 0.32도씩 상승해, 같은 기간 가장 더운 열흘 낮의 상승폭(0.27도)보다 더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밤 기온 급등 현상은 아시아 등지에서도 관측되지만 유럽에서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FT가 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의 세계 500대 도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밤 기온 상승폭이 가장 큰 도시들은 남유럽과 동유럽에 몰려 있었다. 이들 도시 일부는 가장 더운 밤 기온이 10년마다 0.5도 이상 올라 전체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탈리아 나폴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리스 아테네는 1970년대 이후 매년 하루꼴로 열대야가 늘었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1970년대 연간 사흘 정도였던 열대야가 현재 약 33일로 늘었고, 그리스 아테네는 2024년 한 해에만 열대야가 100일을 넘겼다.
열대야는 인체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상적인 수면을 위해서는 체온이 약 1도 내려가야 하는데, 더운 밤은 이 과정을 방해하고 밤사이 낮아져야 할 심박수와 혈압도 떨어지지 못하게 만든다.
스페인 갈리시아생물학연구소의 기후과학자 도미닉 로예는 밤에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으면 인체가 회복할 기회를 잃게 된다며, 이례적으로 더운 밤은 낮 더위와는 별도로 사망률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야간 고온은 사망 위험을 2.6%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러한 밤더위는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는 경고도 나온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밤 고온으로 인한 수면 부족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04%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