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한 대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은 약 57만 개, 국내 협력업체는 300여 곳에 달한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항공·방위산업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KF-21이 오는 9월 실전에 처음 배치된다.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국산 첨단 전투기 개발 구상을 처음 공개한 후 25년 만이다. 김성중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국가 정책이 실제 전력화되는 것”이라며 “KF-21은 과거 도전의 결실이자 현재의 영공방위 전력, 미래 산업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01년 F-5 전투기 조종사였던 김 소장은 현재 국산 전투기의 공군 전력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KF-21이 언제 배치됩니까.
“9월 말 공군에 총 2대 인도됩니다. 연말까지 8대, 2028년 40대, 2032년 120대 등으로 단계적으로 실전에 배치됩니다.”
▷전투기 120대는 우리 국방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전투기 전력에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조종사와 정비사의 운용 능력, 부품 확보, 적정 가동률, 비행기지, 항공 무장까지 결합한 게 실질적인 전투력입니다. 비행기 완제품을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뿐 아니라 레이더와 항전 장비, 엔진, 무장, 정비, 시뮬레이터, 훈련체계 등을 아우르는 국내 항공·방산 생태계가 새로 생겨났습니다. 전투기 한 대를 파는 것은 조종·정비 교육, 부품 공급, 후속 군수지원, 무장 통합, 운용체계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한국이 또 하나의 방산 플랫폼을 갖추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수입한 무기체계는 소프트웨어를 바꾸거나 국산 무기 등과 통합, 연결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수출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KF-21은 임무체계와 데이터 링크, 무장 통합 능력을 우리가 주도해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무기 경쟁력은 장비 한 대를 잘 만드는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과 무인기, 센서, 지휘통제체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된 전투체계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KF-21은 국내 항공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체계통합 중심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전 배치 후 수출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렇습니다. 해외 고객은 제원표만 보지 않습니다. 해당 국가가 전투기를 실제로 운용하는지, 가동률은 어떤지, 정비는 얼마나 빨리 되는지, 부품은 제때 공급되는지, 조종사와 정비사를 어떻게 교육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중동 국가는 ‘한국 공군이 실제로 쓰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KAI는 수출 물량이 200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KF-21은 미국의 F-16, 라팔 등 기존 4세대, 4.5세대 전투기와 경쟁할 수 있습니까.
“이들 전투기는 40년 전 구축해 놓은 플랫폼을 개량해 왔습니다. KF-21은 이보다 훨씬 나중에 나온 기체입니다. 항공전자 장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임무체계와 센서, 무장 통합, 데이터링크 측면에서 발전할 여지가 많습니다. 무인기를 통제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국가가 (F-35 등) 고가의 5세대 전투기를 대규모로 도입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국가에 KF-21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전, 이란전을 보면 드론과 무인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드론과 무인 전력은 감시 정찰, 표적 획득, 기만, 제한적 정밀타격 등 분야에서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공군도 이런 무기를 미래 항공우주력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드론이 유인 전투기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적 방공망을 제압하고 핵심 군사시설과 전략적 중심지를 타격하려면 유인 전투기와 스텔스기, 공중급유기, 항공 통제기, 전자전, 정밀무장, 지휘통제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위력과 함께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쟁이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줬습니다. 공중 전력은 지상군과 해군의 작전 자유, 전쟁 전체의 양상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입니다.”
▷KF-21은 어떤 방식으로 무인기와 협업합니까.
“미래에는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가 한 팀으로 싸우게 될 것입니다. 유인 전투기가 판단과 지휘를 맡습니다. 유인 전투기와 함께 싸우는 협업무인전투기(CCA)는 위험 지역에서 정찰·기만·교란·타격 임무를 수행합니다. 무인기가 위험을 분산하면 유인 전투기 조종사는 생존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유·무인 복합 전술을 구상하고 있나요.
“공군은 유·무인 복합체계를 2030년 초부터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2030년 말 무렵이면 완성도 높은 전략이 나올 것입니다.”
▷공군이 중점적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가 궁금합니다.
“미래 전쟁은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우주와 사이버, 전자기가 연결되는 복합 전장이 됩니다. 항공기가 데이터링크로 정보를 교환하고, 위성 기반 감시정찰과 통신·항법 자산을 활용하는 모든 과정이 연결돼 있습니다. 미래 항공우주전 전략은 전투기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KF-21과 차세대 전투기, CCA, 다층복합미사일방어체계, 우주전력, AI가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야 합니다.”
조철오/김다빈 기자 cheol@hankyung.com